(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외화채권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통화스와프(CRS)의 하락으로 발행 후 환헤지 시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어 추가로 발행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채무의 차환 용도로 외화채권 발행을 제한하는 정부의 숨은 규제 탓에 여전사들은 발행에 애로를 겪고 있다.

국내 투자기관들의 해외투자 확대와 내외금리차 축소로 외화자금시장에서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사 해외발행 솔솔…차환용이 대부분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외차입이 잦은 대표적 여전사인 현대캐피탈은 이번달에 약 9억달러 가량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전일 4억호주달러의 캥거루채권을 발행했고, 월초 6억달러 상당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현대캐피탈은 조달금액을 기존 외화부채의 차환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5조6천억원 가량 외화부채를 지고 있다.

앞서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도 외화표시 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는데, 기존 외채 차환목적이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1조9천억원, 롯데카드는 1조2천억원 가량의 외화사채 차입금을 갖고 있다.

지난주 신한캐피탈도 4천만달러 규모의 김치본드를 발행했는데, 마찬가지로 외화대출을 상환하는 목적이었다.

여전사의 해외발행이 차환용도로 제한되는 것은 정부의 보이지 않는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1년 단기외채를 억제하고 달러-원 환율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여전사의 해외채권을 차환용도로 제한했다. 2015년 해당 규제를 철회했지만, 해외채권 발행을 위해서는 기재부에 신고하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여전히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재부가 기존 해외차입금이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경우 차환목적의 발행만 허용하는 스탠스라고 전했다.

다만 기존 해외차입 규모가 미미했던 업체의 신규 발행은 승인해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초 우리카드가 처음으로 3억달러 규모의 ABS를 발행했고, 다른 일부 카드사도 ABS 신규 발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차입이 많은 일부 회사는 아직도 더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기존에 차입이 없던 곳에 신규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차입 자율성 강화 필요 시각도…부채스와프 필요

여전업계에서는 해외채권 발행의 자율성을 더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외화자금시장에서 스와프포인트가 급락하는 등 달러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년물 스와프포인트는 전일 마이너스(-)8원까지 내리는 등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해외차입이 외채를 늘리는 측면도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외화자금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주는 순기능도 있다. 여전사 차입 규모 자체가 공기업 등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스와프포인트의 하락 압력을 중화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2월 여전사 부채스와프로 CRS가 소폭 반등한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스와프 하락으로 재정차익 요인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투자로 무위험 수익 과실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가 있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발행을 억제할 이유가 많지 않은 셈이다. 외국인 재정거래가 확대돼도 외채가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기도 하다.

또 여전사는 조달원을 다변화하고 부채스와프로 헤지하는 과정에서 금리도 다소 낮출 수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외채 관리도 중요하겠지만, 외화자금시장 동향을 보면 국내 기관의 해외발행을 확대할 필요도 있는 시점"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발행시장이 언제 어려워질지도 모르는 만큼 차입선 다변화로 대응력을 키워 놓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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