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가 올해 상반기 기록적인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오히려 수익 구조는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에서는 신한카드가 보유 중인 비자카드 매각과 회계기준 변경 등으로 수치상 큰 폭의 순이익을 기록한 점이 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한카드 상반기 순익 77% 급증…속은 곪아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6천31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3천552억 원보다 무려 77.7%나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이 급증했지만, 속살을 뜯어보면 상황이 다르다.

신한카드는 올해 1분기부터 회계기준을 변경하면서 충당금 환입으로만 순이익이 2천758억 원 증가했다. 2분기에는 보유 중인 비자카드의 지분을 매각해 약 80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상반기 충당금 환입과 비자카드 지분 매각 이익 등 일회성 순익 규모가 3천600억 원가량에 달했다. 상반기 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이를 제외하고 보면 신한카드의 수익구조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악화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비자카드 매각 이익이 360억 원가량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제외한 상반기 순이익은 올해 14% 정도 급감했다.

지난해 상반기 이자와 수수료 등 핵심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약 2조 원이었다. 올해는 2조300억 원으로 약 3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영업비용은 1조6천502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는 1조7천748억 원으로 1천250억 원 급증했다. 수익보다 비용이 네 배 이상 늘었다. 수수료 등의 증가율이 1.3%에 그쳤지만, 비용 증가율은 7.5%에 달했다.

비용을 자세히 보면 장기 저금리에 덕에 이자비용이 지난해 상반기 2천4억 원에서 올해 1천841억 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지급 수수료와 커미션 비용 등은 1조329억 원에서 1조1천141억 원으로 늘었다. 지급 수수료 등의 증가율은 7.9%를 기록했다.

신한카드는 궁여지책으로 판관비 등 제반 비용을 지난해 상반기 3천742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천444억 원으로 7.9% 줄였지만, 자산 증가에 비례해 늘어나는 총비용 증가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신한카드의 올해 상반기 총자산은 25조5천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말보다 8%가량 늘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하락 등으로 전반적인 상품 판매 수익률이 허락했다"고 악화한 수익구조를 설명했다.

◇순익 숫자는 업계 부담…규제 강화 명분 될라

악화한 수익구조에도 올해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여느 때보다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상반기 이미 기록적인 순이익을 기록했고, 하반기에도 비자카드 지분 매각이 계속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1분기 말 기준으로 2천200억 원 상당의 비자 지분을 보유했던 가운데, 2분기에 약 1천억 원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나머지 지분도 3~4분기에 전량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천억 원 내외의 일회성 이익이 하반기에도 추가로 확보되는 셈이다.

카드업계는 신한카드가 올해 일회성 수익을 대거 반영하며 순이익 숫자를 키우는 점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새 정부가 카드업계에 대한 각종 규제를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큰 폭의 순이익이 실현되면 여론전에서 불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영세 및 중소가맹점 범위 확대를 결정했고, 올해 대부업 최고 금리도 25%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여기에 내년 하반기 수수료 재산정을 거쳐 2019년에는 가맹점 수수료를 추가로 낮출 예정이다. 카드사가 유흥업종 등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다른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신한카드 영향으로 카드업계 전체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데, 향후 정부가 수수료 추가 인하 등으로 카드사의 희생을 압박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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