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이번 달 카드채가 2조 원 넘게 발행되는 등 발행 규모가 급증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하지만 발행금리는 주로 민평 수준이거나, 일부 회사의 경우 민평보다 큰 폭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등 발행 여건은 불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금리 상승을 대비해 카드사들이 장기물 발행을 늘리려는 반면 투자자들은 장기물 매수를 부담스러워하는 일종의 '미스매치'도 시장 참가자들의 긴장도를 키우고 있다.

◇7월 카드채 발행 2조 원 돌파…속살은 아슬아슬

28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번 달 카드채 발행 규모는 전일까지 2조950억 원을 기록했다.

월간 카드채 발행 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7월 2조2천억 원이 발행된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순발행 물량도 1조 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7월 현재까지 카드채 총 발행액은 10조3천억 원가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발행물량 12조7천억 원에 2조 원 남짓 못 미치는 규모다.

늘어난 물량이 큰 무리 없이 소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발행 시장 속사정은 아슬아슬하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은행계열 카드사 등 우량사의 채권 발행금리는 민평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연초 카드채 스프레드가 축소되던 시기 민평 이하 발행이 주류였던 시기에 비해 발행 여건이 악화했다.

삼성카드 등 지배구조 불안 문제가 상존하는 일부 기업계 카드사의 경우 발행금리가 민평보다 큰 폭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기도 한다.

삼성카드가 지난 14일 발행한 5년물의 경우 발행금리가 민평보다 9 베이시스 포인트(bp)나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롯데카드의 경우 민평 수준에서 발행은 이뤄지고 있지만, 발행 만기는 2~3년 등 단기물로 제한되는 상황이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발행 시장이 경색됐을 때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발행만 있으면 수요가 몰리던 시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특히 장기물에 대한 수요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반면 발행사 입장에서는 향후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 수준에서 최대한 장기물로 발행하고 싶어 한다"며 "단기물을 선호하는 투자자와 엇박자가 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스프레드는 연중 최고…통화긴축·새 정부 정책 부담

카드채의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도 연중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신용등급 AA+ 카드채 3년물의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는 전일 36.8bp까지 확대됐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카드채 스프레드는 3월 초 27bp 수준까지 좁혀졌다가 4월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됐고, 7월에는 35bp도 넘어서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국내외 통화 당국의 긴축전환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되면서 카드채 투자심리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채 발행의 증가 등으로 신용물 시장 전반의 수급 부담이 커진 점도 카드채 스프레드 확대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새 정부가 영세 및 중소 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카드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점도 카드채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정부는 올해 8월 영세 및 중소 가맹점 범위 확대에 이어 2019년 수수료를 또 한차례 내릴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는 대부업 최고금리도 24%로 떨어진다.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금리나 연체 이자율 등의 하향 조정도 불가피하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탈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업환경이 이어지고 있어 스프레드 축소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단기물에 대한 꾸준한 수요는 이어질 전망이지만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중장기물 수요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펀더멘탈 약화와 함께 여전채 스프레드도 하반기로 갈수록 확대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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