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유명 경제학자인 케네스 로고프는 다음 경기 침체나 금융 위기 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중앙은행들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학술지를 통해 공개한 논문에서 "다음 금융 위기 때까지 대비책 수립을 미루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경제학자들이 케인스 시대처럼 마이너스 금리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버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 경제 위기 때 난관에 봉착하지 않으려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트리는 대응책에 대해 미리 고민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로고프 교수는 "전자 결제 시스템이 발전하고 현금 거래는 줄었다"며 "20년 전과 달리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더 원만하게 이행될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과거 경제학자들은 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낮출 경우 사람들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해 침대 밑에 숨겨둘 것으로 믿었지만 전자 거래가 일반화돼 이 같은 상황이 펼쳐질 위험이 줄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람들이 전자 결제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가 부과돼도 현금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로고프 교수는 "현재의 초저금리 환경에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묻는다면 당혹스러울 것"이라며 금리를 더 낮추는 데 부담이 뒤따르는 처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연준은 1950년대 중반 이후 아홉 번의 경기 침체기에 금리를 평균 5.5%포인트 낮췄다. 연준 입장에서 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선 금리를 과거 사례만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연준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1.00~1.25%로 설정했다.

로고프 교수는 또 양적 완화 정책이 금리를 제로 아래로 낮추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앙은행들이 시도한 것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양적 완화나 포워드가이던스보다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로고프 교수는 "금리가 제로로 떨어졌을 때 포워드 가이던스나 양적 완화와 같은 대안적 통화 정책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이론적으론 합당해 보인다"면서도 "지난 몇 년 동안, 특히 일본의 경우 20여 년 넘게 대안적인 정책 수단을 썼는데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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