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키코(KIKO) 판결에서 대법원이 은행의 불법 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12일 국회 법사위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자료를 통해 "대법원이 키코 계약의 은행 사기를 입증할 수사보고서가 곧 제출될 수 있는 상황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기다리지 않고 만장일치로 은행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대법원은 키코의 은행수수료가 시장의 관행에 비해 현저하게 높지 않기 때문에 설명할 의무가 없고 따라서 은행의 책임은 없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키코 거래로 은행이 막대한 수수료를 챙겨갔다는 딜러의 녹취록과 수사자료는 대법원의 결론을 뒤집어 은행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키코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수사보고서에는 '은행은 선물환으로 인한 마진보다 키코가 훨씬 더 많이 이익이 남는다고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키코를 판매한 흔적이 엿보임' 등과 같은 평가가 포함돼 있다.

또 "자칫 잘못하면 은행이 마진을 무지 많이 남기는 것으로 알아버릴 수 있다" 등 은행 딜러의 발언 녹취록도 담겨 있다.

대법원 키코 판결 중 원고(피해기업)의 대리인은 2013년 7월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 해당 수사보고서의 존재를 알렸다.

원고 측은 서울중앙지검에 해당 보고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거절당했고 이후 행정법원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박 의원은 대법원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공개변론으로 변론을 종결한 후 2개월 후인 9월 판결을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수사보고서는 대법원 판결 6개월 후인 2014년 3월 공개됐다.

박 의원은 "당시 수사검사가 어렵게 만든 수사기록마저 재판 증거로 쓰이지 못했다"며 "대법원 키코판결은 검찰과 법원, 거대 은행과 로펌이 합작해 진실을 호도하고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에 폭력을 행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은행이 키코는 제로 코스트라고 하며 판매한 것인데 기업들이 은행마진이 그토록 많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선물환이라는 더 값싼 헤지상품을 두고 키코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선물환 거래의 40배에 달하는 은행마진을 설명하지 않은 것은 기업들을 속여 키코를 팔았다는 이야기다"라고 덧붙였다.

jw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