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신용판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카드론 영업에 올인했던 신용카드사들이 취약 계층에 대한 대출도 큰 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다른 2금융권이 취약계층 대출 비중을 줄인 것과 달리 카드사만 증가했다.향후 금리 상승 시 재무건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한번 연채에 빠진 차주가 다음달에도 연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연체전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위험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2금융권 취약계층 대출 줄었는데…카드사만 증가

23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가계부채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이후 2금융권 중 카드사의 취약대출 비중만 증가했다.

가계부채는 지난 2014년부터 급증하며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 기간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카드사의 대출 자산도 큰 폭 늘었다.

카드사의 대출자산은 지난 2013년말 22조2천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29조5천억원까지 7조원 이상 늘었다.

한은은 "저금리 기간 중 카드채 금리 하락 등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양호한 가운

데 수익추구 성향 강화, 업체 간 경쟁 심화, 차주에 대한 리스크 경계감 약화 등으로 카드론 위주의 카드 대출을 크게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드사는 2금융권 중 유일하게 연 소득 3천만원 이하이면서 신용등급도 7~10등급으로 낮은 저소득·저신용층에 대한 대출을 확대했다.

카드사 대출 중 해당 취약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3년말 9.9%에서 올해 3월말까지는 11.4%로 증가했다.

현금서비스에서 취약 차주 비중이 11.4%에서 16.9%까지 큰 폭 올랐다. 카드론은 10.8%에서 12.1%로 취약 차주 비중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보험권 대출의 취약차주 비중은 7.5%에서 7.0%로 줄었다. 상호금융의 취약차주 비중도 7.5%에서 7.0%로 떨어졌고, 저축은행은 27.3%에서 22.6%로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를 경험한 저축은행 등과 달리 카드사의 리스크 관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시 카드사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

취약차주 등에 대한 대출이 늘어나면서 향후 시장 금리가 상승할 경우 카드사의 자선 건전성 악화도 우려된다.

한은은 "여타 업권에 비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카드론 연체율이 최근 상승하고, 연체의 지속성을 나타내는 연제전이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금서비스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지난 2015년 2.5%에서 올해 3월말 기준으로는 2.7%까지 소폭이지만 꾸준한 상승세다. 카드론 연체율은 2.2% 수주에서 정체되어 있다.

연체 발생 이후 다음 달에도 연체 상태가 이어지는 비율인 연체전이율은 지난 2015년말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현금서비스 연체전이율은 2015년말 24.1%에서 지난해 말 31.9%로, 카드론 연체전이율은 21.6%에서 27.8%로 상승했다.

특히 연체 차주 중에서 향후 소득 감소 가능성이 큰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중이 늘어나는 점도 좋지 않은 신호다.

카드사의 전체 연체금액 중 60대 이상 고령층 차주의 연체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말 10.8%에서 지난 3월말 13.1%로 올랐다.

한은은 이에 따라 "향후 금리 상승시 카드사 자산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카드론 대비 자기자본비율이 일부 카드사를 중심으로 하락한 점도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율 상승시 카드사 손실흡수력을 약화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다만 신용카드 자산 전체의 레버리지 배수가 4.2배(2016년말 기준)에 머물 정도로 건전하고, 감독 당국도 카드론 관리를 강화한 점 등을 고려하면 카드사의 전반적 리스크는 관리 가능할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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