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KB금융지주 산하 여신전문금융사인 카드와 캐피탈 수장의 명암이 엇갈렸다.

KB국민카드는 새 사장에 이동철 KB금융지주 부사장이 임명됐다. 반면 KB캐피탈 박지우 사장은 재연임에 성공하며 4년째 같은 회사를 이끈다.

카드와 캐피탈 대표의 명암이 극명히 엇갈린 데는 재임 기간 실적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호실적 캐피탈 재연임…부진 카드 사장은 교체 단행

21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내년부터 KB국민카드를 이끌 새 사장에 이동철 지주 부사장이 임명됐다.

이 신임 사장은 1961년생으로 제주 제일고,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국민은행 뉴욕지점장, KB금융 전략기획부장, KB금융 경영관리부장, 전략담당 상무, KB생명보험 부사장을 거쳐 작년부터 지주 전략담당 부사장을 맡았다. 이 신임 사장의 임기는 2년간이다.

윤웅원 현 사장은 임기 2년을 채웠지만, 연임에는 성공하지 못한 채 옷을 벗게 됐다.

윤 사장은 2016년 취임 이후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와 카드론 총량규제 등 정부발 각종 악재에 맞닥뜨리며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취임 첫해인 2016년 순이익이 3천1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 가까이 줄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2천339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다. 특히 3분기까지 순이익 기준으로 삼성카드에 업계 2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반면 KB캐피탈의 박지우 사장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4년 이상 장수 CEO에 등극했다. 박 사장은 올해 한차례 연임된 데 이어 내년에도 KB캐피탈의 지휘봉을 잡는다. 박 사장은 지난 2015년 취임했다.

KB캐피탈은 박 사장 취임 이후 승승장구했다. 조달금리의 비교 우위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며 덩치를 키웠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KB차차차'를 히트시켰고, 쌍용자동차 캡티브 계약을 따내는 등 신차 영업 기반도 한층 강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3분기까지 순이익이 1천4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이상 급등한 규모다.

자산 규모도 3분기 말 기준 8조5천억 원을 넘어서는 등 현대캐피탈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KB금융은 호실적을 이끈 박 사장을 재신임하면서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해 준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여건 '흐림'…돌파구 찾을까

KB카드와 캐피탈은 대표 인선을 구성을 마무리한 만큼 내년 경영 준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신임 사장은 물론 재연임에 성공한 박 사장 앞에도 만만찮은 경영 여건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여전사 경영의 핵심인 조달금리가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반면 법정 최고금리는 인하되고, 이와 맞물려 금융 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도 한층 강화됐다.

금융 당국은 당장 여전사의 연체 및 가산금리 인하를 공언한 상태다.

카드론이나 할부 등 대출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이 한층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카드업계는 내년에 신용카드 수수료 재산정 과정에서 각종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8월 단행된 영세 및 중소가맹점 범위 확대의 영향이 연간 단위로 적용되고, 수수료 수준도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일부 카드사는 내년 순이익 목표치를 올해보다 10%나 낮춰잡는 등 비상 상황이다.

이 신임 사장은 비용절감과 신사업 등으로 수익 악화를 방어하는 동시에 선두권 카드사 수장으로써 수수료 재산정 과정에서의 정부와 줄다리기도 벌여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가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비용절감과 함께 디지털 혁신을 통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랜 갈등이 지속하고 있는 노조와의 관계회복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KB국민카드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수차례 내부출신 사장선임을 요구했음에도 또다시 자신의 꼭두각시 사장을 임명한 윤종규 회장의 인사 농단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신임 사장 내정자의 무혈입성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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