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앞다퉈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희망퇴직을 통해 조직의 군살을 빼고,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카드사들은 이를 통해 비용절감은 물론 기존 사업 모델에서 벗어난 새로운 먹거리 창출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각오다.

◇선두권 카드사 희망퇴직…조직 슬림화 박차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선두권 카드사가 각각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조직 구조조정에는 이동철 사장이 새로 취임한 KB국민카드가 가장 적극적이다. KB국민카드는 KB국민은행에서 분사한 이후 7년여만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KB국민카드는 10년 이상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희망퇴직을 통해 조직의 인적 구조를 쇄신한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에서 분사한 이후 구조조정이 없었고, 신입 직원 충원도 부족했던 만큼 조직이 장기 근속자 위주의 역삼각형 구조로 되어 있었다는 문제의식도 희망퇴직 실시의 한 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전직 등을 원하는 장기 근속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반면 신입 직원 충원을 확대해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복안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장기 근무 고직급자가 희망퇴직을 하지만 신입 직원은 채용을 확대할 것"이라며 "역삼각형으로 비정상적이었던 조직 구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장기 근속자의 희망퇴직을 촉진하기 위해 36개월 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기로 하는 등 다른 카드사보다 후한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국내 선두 카드사인 신한카드도 지난 2015년 이후 2년여 만에 재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신한카드는 기본급 24개월에서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30개월 치 특별위로금을 희망퇴직 조건으로 제시했고, 직원 200명이 신청했다.

신한카드는 오는 22일 신청자들에 대한 퇴직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희망퇴직으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등 정규인력 2천700명 중 7.4%가량의 직원을 내보내게 된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카드업황이 갈수록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용절감이 필수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 생존법…조직 유연성 강화

카드사들은 희망퇴직을 통한 군살 빼기는 물론 조직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출현하는 디지털 시대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조직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다.

KB국민카드는 본부장이 해당 본부 내 조직 구성과 인력 운영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본부 주도 자율 조직제를 도입했다. 본부 산하 팀의 조직이나 인사이동 등을 본부장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또 전사적 혁신 과제를 수행할 별도 상설 조직 '스웨그(SWAG : Smart Working Agile Group)'를 신설했다.

현대카드도 이번 달부터 팀 단위의 조직과 해체 전권을 해당 실장에게 위임하는 변화를 꾀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팀 단위 등 조직 변경은 인사라인을 거쳐 대표의 결재가 있어야 가능했다.

신한카드도 디지털 사업 부분을 총괄하는 '플랫폼 사업그룹'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혁신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디지털 퍼스트 본부나 디지털 사업본부, 빅데이터 사업본부 등 기존에 여러 그룹에 흩어져 있던 디지털 사업부문을 통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핀테크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존 보수적인 조직 운영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신기술의 과감한 적용 등을 위해서는 조직도 한층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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