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주식을 매수해 돈을 푸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극심한 경기 침체기가 도래할 경우 연준이 상상 이상의 전격적인 부양책을 펼쳐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일(미국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최근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연준이 불황을 맞아 주식을 매입하거나 일반적인 재화까지 사들여 돈을 풀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연준의 부양책에 대한 관념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연준이 금리를 낮춰 통화완화를 단행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현재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는 1.75~2.00%로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다.

연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불황기에 금리를 평균 5~6%포인트 인하했다.

블랑샤르는 연준이 평범한 경기 침체에 대응할 정책 수단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서도 금융 위기와 같은 심각한 불황이 다시 올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전례 없는 정책을 펼쳐야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블랑샤르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가 급진적인 정책의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차대조표 규모가 과도하게 커지는 것이 두렵지만 불어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면서 필요한 경우 규모가 두 배로 커질 수 있고 이 때문에 생각만큼 끔찍한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랑샤르는 연준이 돈을 풀기 위해 매수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도 확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연준은 국채와 모기지 관련 자산을 양적 완화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는 연준이 주식처럼 프리미엄이 큰 자산을 매수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라면서 장기 채권을 매수하는 것보다 효과가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블랑샤르는 중앙은행이 금융 자산만 사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스스로를 제약하는 행위라면서 일반적인 재화를 매수해 돈을 풀면 안 될 이유는 없다고 언급했다.

그가 파격적인 완화 방책을 내놨으나 현실의 벽이 생각보다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는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블랑샤르가 언급한 비전통적 통화 정책이 정치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확신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아 금리를 제로(0%)로 낮추고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이런 정책을 펼칠 때 뒤따라오는 저항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강한 완화책을 단행하려면 연준의 지도력도 강해야 한다면서 현재 연준이 펼칠 수 있는 부양책의 종류가 많지만 가장 효과적이면서 실행 가능한 정책들인지는 다시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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