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빚이 제일 큰 문제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언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누적된 부채가 다음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워드 골드 마켓워치 칼럼니스트는 13일(미국시간) 기고에서 대공황과 비견되는 금융 위기를 정확하게 예견한 인물은 없지만 남달리 경고의 목소리를 내온 전문가들은 있다면서 최근 이들을 인터뷰해 다음 위기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경제학자와 월가 애널리스트, 금융 매체, 심지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들도 경종을 울리지 못했다면서 모두 괜찮다고 말할 때 실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선 전문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 칼럼니스트가 인터뷰한 예언자는 총 네 명이다.

◇ 게리 실링

게리실링앤코의 게리 실링 대표는 금융 시장을 주저앉게 하는 것은 과도한 레버리지라며 현재 신흥 시장의 레버리지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이 8조 달러에 달하는 달러화 부채를 지고 있다면서 달러화 가치가 오르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부채 상환이 어려워지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실링 대표는 지적했다.

과거 그는 금융 위기가 터지기 전부터 소식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주택 시장 붕괴와 가계 부채가 경제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수년 동안 경고했다.

2004년에는 서브프라임 론의 위험성을, 2006년에는 주택 버블 붕괴가 광범위한 고통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주택 가격이 25%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링 대표의 지적은 도이체방크가 15억 달러 규모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청산하는 데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헤지펀드 거물 존 폴슨과 함께 신용부도스와프(CDS)에 투자해 투자 자금을 열 다섯 배로 불린 것으로 전해졌다.

◇ 제임스 스택

스택 파이낸셜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스택 대표는 2016~2017년에 부동산 관련주가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면서 주택 시장이 향후 1년여 동안 부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 큰 위험은 회사채의 질적 수준이 낮아진 것에서부터 발생한다며 회사채 발행 규모가 2008년 대비 2.5배 늘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서브프라임 대출 규모도 점차 늘고 있어 우려된다는 게 스택 대표의 견해다.

젊은 시절 1987년 증시 급락을 예견한 바 있는 그는 금융 위기 전에도 주택 시장 거품이 터지고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2005년에는 모기지 시장의 거품을 언급했고 2007년에는 약세장 돌입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택 대표는 경기 침체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도 경고한 바 있다.

◇ 라구람 라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인도중앙은행(RBI) 총재를 역임한 라구람 라잔은 리스크가 은행 시스템에서 그림자 금융 시스템으로 옮겨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 위기 이후 개혁 노력에도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를 통해 자산 버블을 만드는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라잔은 통화 완화는 금융 시장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라면서 경제 주체들이 쉽게 빚을 지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리가 오르고 있으므로 미국 회사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신흥 시장도 문제라고 말했다.

터키와 아르헨티나 사태가 전염되지 않겠지만 상황이 악화할 여지가 있다는 게 라잔의 생각이다.

그는 IMF 이코노미스트였던 2005년 당시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생각보다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와 차입 규모가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라잔은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금융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재앙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존 몰딘

몰딘 이코노믹스의 존 몰딘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부채 규모가 500조 달러로 추산되는데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다음 위기는 유럽, 특히 이탈리아에서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모든 부채가 유럽중앙은행(ECB)으로 이전돼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로존이 분열하고 부채 위기가 발생해 전 세계적인 불황이 시작될 수 있다고 예견했다.

한편 몰딘 회장은 금융 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주택 시장 붕괴로 소비 지출이 줄고 약세장과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며 CDS가 금융 시스템에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2006년 당시 주택 시장 하강과 소비 감소로 증시가 앞으로 상당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40%가량 추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07년에는 수조 달러 규모로 급성장한 CDS 시장이 진정한 리스크라며 위험을 감독하는 기관도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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