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280년째 투자자에게 이자를 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채가 프랑스에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프랑스 정부가 마리 베리에의 일가에 300여년 가까이 빚을 지고 있다며 베리에가 선조들로부터 상속받았음을 증명해야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해볼 문제라면서 세월이 흘러 1년에 받는 이자가 1.2유로에 불과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3세기 동안 계속된 인플레이션과 통화의 교체 등으로 연간 이자는 지속 줄어왔다.

베리에는 이자로 겨우 바게트 하나 살 수 있을 뿐이라면서 문제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후손들도 이자를 받을 권리를 갖고 있을 수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1.2유로를 받기 위한 서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들어갈 우푯값이 이자의 10배, 100배일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파리 중심가로 향하는 버스비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받기 위해 프랑스 공무원들과 협상하고 이를 위해 문서 작업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게 베리에의 입장이다.

하지만 프랑스 재무부는 이 채권이 여전히 유효하므로 이자를 받을 권리가 있는 모든 후손이 사망할 때까지 살아 있는 채권이란 입장이다.

실제로 베리에는 18세기 법조인인 클로드-앙리 리노트의 이름을 딴 리노트 랑트(Linotte rente), 즉 리노트 국채를 물리적으로 단 한 순간도 소유한 적이 없다.

그는 리노트 국채가 어떤 경로로 자신의 일가에게 양도되었는지를 증명할 서신과 문서를 갖고 있을 뿐이다.

신문은 이 국채가 다섯 번의 건국과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견뎠고 프랑스 정부의 청산 시도도 버텨냈다면서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이코노미스트였던 프랑수아 펠더가 1990년대에 연구 도중 이 국채를 발견했고 베리에에게 이 채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한편, 신문은 만기가 없거나 만기가 100년 이상인 채권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과 같은 존재는 아니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이런 종류의 채권이 심심치 않게 발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과 독일 등 일부 국가는 만기가 없는 영구채를 발행해왔고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옥스퍼드대, 영국 최대 자선단체인 웰컴트러스트 등이 100년물 채권을 찍은 바 있다.

일부 초장기채는 채권으로서의 가치보다 소장품으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골동품처럼 취급되는 일부 채권 증서는 지급 이자와 관계없이 5천달러까지 거래되기도 하는데 기간과 희소성, 역사적인 중요성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오래된 채권 증서를 취급하는 딜러 밥 커스틴은 1886년에 발행된 뉴저지철도회사 채권을 700달러에 팔았다고 말했다.

예일대는 2003년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채권을 입수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수자원국이 1648년에 발행한 이 영구채 증서는 염소 가죽으로 돼 있으며 매년 11.35유로를 이자로 지급한다.

실제로 예일대의 헤이르트 로웬호르스트 교수는 무기명 채권인 이 채권을 들고 암스테르담에 방문해 26년 치 이자를 받았다.





<'리노트 국채'의 연간 금리 추이 ※출처: WSJ>

ywsh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