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대한항공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이례적으로 경영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전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없던 내용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날 오후 늦게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지난 8일 지주회사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조양호 회장 본인이 별세함에 따라 향후 경영권 등 경영 전반에 대해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밝혔다.

경영권 불확실성에 대한 실체가 무엇인지를 상세하게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고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발생할 수 있는 상속문제와 그로 인한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 변동 가능성 등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위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펀드인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이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증권신고서에서 실제 이 부분에 대해 투자자들이 유의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KCGI가 출자한 그레이스홀딩스는 신고서 제출일 현재 최대주주이자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13.47%를 보유하고 있다"며 "경영참여를 선언한 KCGI는 향후 2대 주주로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주주권 행사에 나서고 있는 3대주주 국민연금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국민연금의 이러한 행위를 '핵심투자위험'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국민연금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주주제안으로 안건을 상정하는 등 주주권 행사에 나서고 있다"며 "향후에도 한진그룹 전반에 대해 지속적인 주주권 행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모두 지난 2018년 11월 대한항공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제출했던 증권신고서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현재 KCGI 와 국민연금 등 외부 견제 세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고 조 회장의 남긴 지분 17.84%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한진칼에 대해 고 조양호 회장의 자녀인 조원태 대한한공 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가 보유한 지분은 모두 합쳐도 7%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미 2대 주주인 KCGI는 13.47%,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5.31%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며 오너가를 '턱 밑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변수는 상속세 처리 문제다.

한진칼 주가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당초 2천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던 상속세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경영승계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고 조 회장의 별세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던 KCGI가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고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에 대한 상속세 납부 신고는 올해 10월까지다.

앞으로 남은 6개월이 한진그룹의 향후 모습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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