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최근 지급여력(RBC)비율 관리를 위해 보험업계가 후순위채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금융비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간편한 자본확충 방법이라는 점에서 후순위채에 대한 선호가 여전한 상황이지만, 최근 운용자산이익률이 3% 아래로 떨어진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보험사들은 총 1조9천18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DB손해보험이 가장 큰 규모인 4천990억원을 찍은 데 이어, KB손해보험(3천790억원)과 현대해상(3천500억원), 미래에셋생명(3천억원), 메리츠화재(2천100억원), KB생명(1천300억원), DGB생명(500억원) 등이 발행에 동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분기가 채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 2조원가량의 후순위채 발행이 마무리됐다"며 "차환발행이 아닌 신규발행이 주를 이룬 만큼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보험사들은 만기도래 물량에 대비하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기보다는 최근 시장금리 인상으로 RBC비율이 둔화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신규발행을 결정했다.

특히, 부채자본시장(DCM)의 여건도 나쁘지 않아 대부분의 업체가 투자자 확보에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자본으로 인정받는 후순위인 만큼 비교적 금리가 높은 데다 발행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예상보다 금리를 낮추지 못했던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DB손보의 경우 연 3.37%로 발행금리를 확정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5천억원을 발행할 경우 금리가 1bp 추가로 오를 수 있는 점을 고려해 4천990억원으로 발행 규모를 조정했다.

적어도 4천억원가량의 후순위채를 찍을 것으로 예상됐던 KB손보 또한 마지막에 발행 규모를 3천790억원으로 조정했다.

앞서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한 경쟁사들이 3.4% 수준에 발행에 성공한 점과 4천억 원을 발행할 경우 금리가 10bp가량 가파르게 오를 수 있는 점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도 3.4%에 맞춰 발행금리를 확정한 케이스다.

금융투자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형사들의 경우에도 운용자산이익률이 후순위채 금리를 하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중소형사의 경우엔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 평균은 3.0%다. 1년 전보다 0.6%포인트(p) 급락하면서 조만간 3%의 벽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래에셋생명은 이번 후순위채 발행금리를 3.9%로 확정했다.

지난 2018년 발행한 후순위채 2천억원의 발행금리가 4.4% 였던 점과 견주면 선방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기준금리 레벨이 크게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는 평가도 있다.

또 KB생명은 4%, DGB생명은 4.6%에 발행해 부담이 큰 상황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자본확충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향후 보험업계의 금융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에는 푸본현대생명(1천500억원 규모)과 KB손보(4천억원), NH농협손보(1천억원) 등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 대주주 변경을 앞둔 KDB생명과 가까스로 150%를 넘는 RBC비율을 보유 중인 흥국생명, 흥국화재 등도 자본확충 작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의 경우 대부분 5% 안팎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되는 만큼 부담이 더욱 클 수 있다"며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발행금리도 뛸 가능성이 있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5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