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이번 주(23~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파산 위기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 발표를 미룬 점은 달러-원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는 요인이지만, 11월 발표를 강하게 시사한 만큼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부담은 상존할 전망이다. 연준 점도표 상의 첫 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으로 앞당겨지기도 했다.

반면 외환당국의 속도 조절 가능성은 공격적인 롱포지션의 설정을 제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 연휴 기간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헝다 파산 불안감으로 한때 1,190원대까지 고점을 높였다가 상승폭을 줄였다. 지난밤 달러-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1,180원대 초반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헝다 파산 불안 점증…연휴간 달러-원 1,190원대

헝다의 파산 가능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형 악재로 등장했다. 헝다는 부채가 약 35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헝다가 23일 지급 예정된 위안화 표시 채권 이자 약 3천600만 달러를 채권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극심했던 불안감은 다소 진정됐다. 인민은행(PBOC)의 유동성 공급조치도 시장 안정에 일조했다. 이에따라 중국 증시도 중추절 연휴 이후 개장한 지난 22일 보합권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앞길은 험난하다. 헝다는 당장 23일 지급해야 할 달러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약 8천350만 달러)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주 도래했던 은행 차입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중국 정부도 헝다에 대한 지원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헝다에 대한 지원은 부동산 업체의 디레버리징을 추진해 온 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다. 때문에 중국 정부가 헝다를 연명하는 지원은 하지 않고, 질서 있는 채무 조정을 이끌 것이란 예상이 제기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주요 기관들은 헝다가 결국 채무 조정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헝다 관련 소식으로 중국은 물론 신흥국 시장 전반이 불안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 위안화와 연동되는 경향이 강한 원화도 동반해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반영해 추석 연휴 기간 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이미 1,192원 선 부근까지 고점을 높이며 사실상 연고점을 갈아 치웠다.

다만 헝다가 파산하더라도 경제나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국 정부가 관리할 것이란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연준 테이퍼링 발표 미뤄…점도표는 상향

연준은 이날 새벽 종료된 FOMC에서 테이퍼링을 발표하지 않았다. 제롬 파월 의장은 하지만 11월에 테이퍼링이 발표될 것이란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11월에 테이퍼링을 시작하도록 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테이퍼링 발표가 다음 FOMC 회의 직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이퍼링을 내년 중반께 마무리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는 데 위원들이 일반적으로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또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 경로인 점도표 상에서는 내년 정책금리 중간값이 0.3%로 제시됐다. 내년에 첫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위원들의 전망이 바뀐 셈이다. 전체 18명의 위원 중 9명이 내년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시장은 테이퍼링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점이 여전히 비둘기파적인 연준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에따라 뉴욕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등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나쁘지 않았다.

다만 달러는 소폭 강세를 보이는 등 시장별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초 완화적 통화정책의 종료가 임박했다는 점은 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부담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외환당국도 관건…속도조절 예상

달러-원이 1,180원대를 넘나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외환당국의 움직임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국은 지난 8월 달러-원이 1,180원 선을 넘어서자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으면서 시장 방어에 나섰다. 당국이 개입했던 레벨 위에서는 롱플레이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달러-원이 1,180원대에서 추가로 오르면 1,200원 선도 가시권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당국도 손 놓고 있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주 역외 시장에서도 달러-원이 이미 1,180원대 후반까지도 올랐던 만큼 1,180원대에서 곧바로 달러-원을 묶어 두는 식의 개입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속도조절 성격의 스무딩을 단행하는 가운데, 달러-원이 1,190원 선도 넘어서는 등 불안이 심화할 조짐이 보이면 강경한 스탠스를 드러낼 공산이 커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이날 아침 8시에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헝다 사태와 FOMC 등 연휴 기간의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국내외 경제ㆍ금융 이벤트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 관계장관 간담회를 주재한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같은 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연다.

한국은행은 24일 8월 생산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같은 날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도 내놓는다.

미국에서는 파월 의장의 연설이 예정되어 있다. 파월 의장은 24일 연준이 주최하는 행사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개막 연설을 할 예정이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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