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장에도 국내 달러 유동성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단기 외환(FX) 스와프포인트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의 전방위 제재 여파가 심화하고 있지만, 아직 외화 유동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다만 국내 스와프시장이 글로벌 시장의 달러 조달 금리 상승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측면도 있어, 지지력 유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밀리는 단기 FX스와프…유동성 아직 양호

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1개월 스와프포인트는 0.75원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직전인 지난달 23일 0.80원보다 소폭 하락한 수준이다. 3개월물 스와프포인트는 1.05원에서 0.90원으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러시아의 우크라 핵 시설 공격과 서방의 전방위 재제 강화 충격으로 현물환 시장 달러-원 환율이 1,230원대까지 30원가량 치솟은 것에 비하면 안정적이다.

장기물인 1년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 1.20원에서 -5.00원까지 급락한 것과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스와프 딜러들은 우크라 사태로 시장 전반이 극도로 불안하지만, 아직 코로나19 위기 초반과 같은 달러 조달의 문제는 나타나지 않는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 위기가 터진 2020년 초에는 예기치 못한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증거금 수요 등으로 급속한 달러 경색 현상이 나타났던 바 있다.

반면 ELS의 기초 자산이 되는 해외 지수 등의 움직임이 당시 위기와 달리 점진적인 상황이라 대응할 시간을 벌었다. 또 하나의 주요 기초자산인 국제유가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은 급등하는 등 이전과 같은 대규모 마진콜 우려는 덜하다.

여기에 지난 위기 이후 국내 증권사들이 외화자산을 대거 확충해 놓는 등 안전판도 마련됐다.

A은행의 딜러는 "은행의 유동성은 아직 양호한 상황에서 증권사 펀딩에도 아직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1년 등 장기물 스와프의 하락은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과 외국인의 국내 채권 재정거래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상황 반영 않아…지지력 장담 어려워

딜러들은 다만 최근 단기 스와프가 글로벌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측면도 강하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표적인 달러 유동성 상황 측도인 유로-달러 스와프 베이시스 확대 흐름 등과 비교하면 스와프포인트의 낙폭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유로-달러 스와프 베이시스 3개월물은 지난달 23일 -16bp 수준이던 데서 전일 -36bp까지 확대됐다. 한때 -40bp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미 재정증권과 은행 간 금리인 리보의 차이를 나타내는 테드(TED)스프레드 3개월물도 월초 13bp 수준에서 전일 31bp까지 급등했다.

B은행의 딜러는 "유로-달러 스와프 베이시스 흐름과 비교하면 달러-원 스와프포인트가 너무 안 빠진 측면이 강하다"면서 "계속해서 지지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물이 안 밀린다고 보고 포지션을 잡기는 무리가 있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안이 단기 지정학적 문제에 그칠 것이라고 봤던 시각도 수정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단기물 스와프포인트 지지 주된 동력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원 1개월물 매수 영향이라는 점도 주의가 필요한 요인이다.

역외가 달러-원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회피 심리 탓인데, 불안이 더 깊어질 경우 달러 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실질적인 자금 이탈이 스와프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금 역송금이 본격화하는 4월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은행 딜러는 "해외 투자기관들의 전반적인 익스포저 축소 추세에 펀딩에 대한 압력은 상존할 것"이라면서 "배당금이 나가면서 달러 부족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 키이우 인근까지 진출한 러시아군 기갑부대
(키이우 EPA=연합뉴스) 러시아군 병사들이 7일(현시간) 탱크 등 기갑차량을 몰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도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영상 캡처. 판매금지]. 2022.3.8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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