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은 2020년 하반기 이후 원자재가격 상승은 글로벌 유동성 등 공통적인 요인에 기반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해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은 조사국 김찬우 과장 등은 28일 '원자재가격 변동요인별 물가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공통 요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에 더 크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김 과장은 1980년 이후 원자재가격의 상승을 원자재 전반에 공통으로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요인, 원유 등 특정 상품별로 영향을 미치는 상품그룹 요인, 개별 상품 요인으로 나눠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원자재가격의 글로벌 요인과 상품그룹 요인, 개별상품 요인의 설명력은 각각 50%, 30%, 20%로 조사됐다. 상품그룹이나 개별 상품보다 유동성 등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크게 확대됐으며 코로나 위기 이후에는 그 영향이 더욱 강화됐다"며 "글로벌 요인은 주로 전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에 의해 초래됐으며, 코로나 위기 이후에는 글로벌 '공급병목(bottleneck)' 영향이 가세했다"고 진단했다.

원자재가격 충격이 우리나라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글로벌 요인에 의해 유발된 경우가 상품그룹 요인에 의해 유발된 경우에 비해 더 크고 장기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요인의 경우 충격발생 이후 한 달째에 물가를 약 0.06%p 올렸지만, 상품그룹 요인은 0.04%p 정도 올렸다. 효과가 제로 수준으로 희석되는 데 상품그룹 요인은 석 달 정도 걸렸지만, 글로벌 요인은 6달 이상 소요됐다.

글로벌 요인의 경우 기대 인플레를 0.1%p 올리는 반면, 상품요인은 0.03%p 정도 올리는 데 그쳤다.





김 과장은 "글로벌 요인에 의해서 유발된 원자재가격 상승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다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국내 물가 상승에 대해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원자재가격 상승은 대체로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경기회복, 공급 병목 등 글로벌 요인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다만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 천연가스 등 일부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개별상품 요인의 기여도가 다소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과장은 "분석 결과 글로벌 요인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은 상품 그룹 요인에 따른 경우보다 인플레에 더욱 크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더라도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기대 인플레로 전이되면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우려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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