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첫 행보에서부터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총재는 현업 부서를 일일이 찾아가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물론, 각부서의 간부급이 아닌 직원들과도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전 총재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행보다.

한은 내부에서는 이 총재가 국제기구 등에서 장기간 근무한 만큼 형식과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상 처음 '찾아가는' 업무보고…직원과 타운홀 미팅

2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번 주까지 2주간에 걸쳐 각 부서 업무보고를 받는다. 수장 교체기에 매번 되풀이되는 과정이지만, 이번에는 색다르다. 이 총재가 해당 부서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업무보고를 받는 탓이다.

이 총재는 서울 중구 본관 건물에 위치한 부서를 직접 방문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산정보국과 발권국 등이 위치한 강남본부도 지난주에 찾았다. 이번 주에는 인천에 있는 인재개발원을 찾아가 직원들을 만날 예정이다. 향후 순차적으로 방문할 지역본부를 제외한 본부 전 부서를 직접 찾는 셈이다.

이전에는 각 부서의 간부들이 총재의 집무실을 찾아 업무보고를 했다. 한은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등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수장이 일선 부서를 찾아 업무보고를 받는 일은 이례적이다.

한은의 관계자는 "신임 총재가 현업 부서를 직접 찾아가서 업무보고를 받았던 전례가 없다"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호평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특히 간부급 직원이 아니라 평직원과의 스킨십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통상 업무보고에는 부서장과 팀장 등 간부 직원들만 참석해왔다. 이 총재는 보고 공간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평직원들도 최대한 업무보고에 참석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이 총재는 업무보고가 끝난 이후에는 해당 부서의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즉석 '타운홀 미팅'을 열고 있다. 직원들은 총재에게 'MBTI 유형이 무엇이냐'는 등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물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 '달변'에 난상토론…직원 참여 확대 독려

이 총재의 업무보고는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이전과는 차이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이 총재가 워낙 달변이다 보니 일선 부서의 보고를 청취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안에 대한 토론도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워낙 호기심이 많아서 질문도 많은 것 같다"면서 "보고 중간중간에 질문이 그치지 않으며, 일상적인 내용은 제외하고 궁금한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식으로 보고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또 연구나 보고서 작성을 직접 수행하는 현업 직원의 보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은 직원은 "이전에는 특이하게 기술적인 부분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총재 보고는 부서장과 팀장 수준까지만 들어갔지만, 이 총재는 담당 직원의 배석을 독려하고 있다"면서 "교수와 국제기구 생활을 오래 한 만큼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게 몸에 밴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선 직원들이 총재 보고에 직접 들어가는 경우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직원들에게는 책임감과 전문성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총재는 취임사를 통해 한은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주요 목표로 내건 바 있다. 이 총재는 또 일선 직원들이 본인의 연구 결과를 가지고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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