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올해 들어 채권금리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DGB생명보험 이사회도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채권금리 급등 탓에 건전성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자, 매 분기 말 이사회를 열고 자본확충 계획을 논의하는 것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GB생명은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1천5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가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1천억원)과 올해 3월(300억원)에도 증자를 위해 이사회를 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매 분기 말 '지급여력(RBC)비율 맞추기'를 위한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DGB생명이 유상증자 결정은 채권금리의 방향성과 정확히 궤가 일치한다. 현재 보유 채권 전체를 매도가능계정에 담고 있는 DGB생명의 경우 채권금리 변화에 따른 평가손익을 그대로 인식하는 구조인 만큼 채권금리가 오를 경우 건전성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쟁 보험사들의 경우 채권금리 영향을 받지 않는 만기보유계정 비중을 일부 유지하거나 재분류 기한을 채운 자산을 중심으로 '매도가능→만기보유'로 갈아타는 전략을 활용하며 리스크에 대비해왔다.

하지만 2020년 2분기에 계정재분류를 단행했던 DGB생명은 재분류 이후 3년간은 추가 재분류가 불가능하다는 규정 탓에 채권금리 상승의 역풍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DGB생명의 RBC비율은 계정재분류를 했던 2020년 2분기 당시에는 기존 188%에서 325%로 급격한 상승효과를 봤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지속되지 않았다. 이후부터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2020년 말에는 고점 대비 100%p가량 낮은 228%까지 낮아졌고, 지난해 3분기에는 200% 수준까지 추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DGB생명이 증자 활동을 본격화한 것도 이 시기다. 모회사인 DGB금융지주의 지원으로 DGB생명은 지난해 말 1천억원의 증자에 성공했다. 여기에는 계정재분류 당시인 2020년 2분기 말 1.37% 수준이었던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이듬해 말엔 2.25%까지 뛴 점이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다만, 대규모 증자에도 RBC비율의 방향성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올해 1분기에만 국고채 10년물이 추가로 70bp가량 급등하자 지난해 말 224%였던 RBC비율이 85% 수준으로 '급전직하'했기 때문이다.

85%는 보험업법에서 정한 최저치인 100%마저도 하회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DGB생명 또한 지난 1분기 마지막 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3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신속히 결정했다. 이미 기한은 정했지만, 신규 유입될 300억원까지 포함할 경우 RBC비율이 109%로 올라 큰 문제가 생기는 상황을 피할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DGB생명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국고채 10년물이 튀면서 지난달에도 1천5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단행한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의 지원방안이 나오긴 했지만 금리가 예상 밖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추가 증자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 잉여액의 최대 40%를 채권평가손실 한도 내에서 상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한 바 있다.

DGB생명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LAT 잉여액이 3천158억원 수준이라 40%인 1천200억원 규모가 최대 상계 한도다. 평가손실이 이에 못 미친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DGB생명의 경우 1분기 기준으로도 이미 3천559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다.

상반기 말에는 LAT 잉여액이 늘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금리가 더 올라 평가손실이 추가로 불어난 점을 고려하면 40%만으로는 전체 평가손실을 모두 만회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추가 증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2분기 기준으로도 RBC비율을 문제없게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3분기 들어 금리 상승세가 바뀌면서 국고채 10년물이 2분기 고점 대비 50bp 이상 낮아진 점은 향후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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