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올해 들어 금리인상 '직격탄'을 맞아 건전성이 휘청였던 한화손해보험이 하반기 들어서도 자본확충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지원방안에 더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등 자본성증권까지 총동원해 올해만 5천억원에 육박하는 자본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금리변동성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등의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마지막 카드인 유상증자까지 꺼내든 상황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최대주주인 한화생명을 상대로 1천9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 발행에 나서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화손보가 이번 증자로 확보하게 될 자금은 오는 27일 납입이 완료될 예정이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화손보는 지난 2019년 61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했지만, 이듬해 884억원의 흑자로 전환하면서 금리상승에 따른 건전성 영향도 일부 상쇄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도 1천559억원의 흑자를 이어가면서 가까스로 건전성을 방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미 지난 2020년 말 221.5%였던 RBC비율은 2021년 말엔 176.9%로 낮아진 상태였다.

문제는 올해 집중됐다.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오름폭을 상회하는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자 한화손보의 RBC비율도 122.8%까지 '급전직하'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하회한 것은 물론, 손보업계 평균 RBC비율과도 크게 괴리가 있는 수준이었다. 당시 한화손보는 건전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2천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도 발행했지만, 권고치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화손보의 자금조달 행보는 2분기에도 이어졌다. 1분기 말 2.969% 수준이었던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분기 말엔 3.636%로 급등하면서 건전성 우려가 추가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 잉여액의 40%를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과 상계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긴 했지만, 한화손보의 RBC비율은 135.9%로 느는 데 그쳤다. 이 또한 5월 발행된 영구채 1천500억원까지 반영한 수치였다.

한화손보의 위기는 '진행형'이다.

여전히 국고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전날 3.836%까지 뛴 데 더해,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의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며 자금 압박도 커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시장성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보험사별로 IFRS17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금리 변동성이 여전해 관망세를 유지하는 기관들도 느는 추세다.

특히 한화손보의 경우 건전성 이슈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점은 투자자들에게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장기보험의 성장 둔화와 자동차보험 부문의 변동성 확대, 금리 변동성 확대로 인한 자산운용 리스크 등까지 고려하면 중소형 보험사에 대한 투자의사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850억원 규모의 추가 영구채 발행을 위해 6.5%의 고금리를 내세워 투자자 확보에 나섰던 한화손보가 수요예측에서 참패한 것도 이러한 이유였다. 당시 한화손보 수요예측에 들어온 주문은 10억원에 불과했다.

한화손보는 이번에 발행한 850억원 규모의 영구채가 반영될 경우 RBC비율이 141.6%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의 지원으로 증자 작업까지 완료될 경우엔 12.8%포인트(p) 추가로 개선돼 154.4% 수준이 될 전망이다. 가까스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맞추게 되는 셈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모회사의 지원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지만 한화생명 또한 사정이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향후 추가적인 지원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시장성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카드를 모두 사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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