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미국이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75bp 인상)을 단행하면서 국내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전략에도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의 강경한 긴축 기조가 국내 기준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보험사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투자자산들의 수익률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이번 국면을 국내채권 매입을 통한 보유이원 개선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한편, 강달러 여파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환 리스크에도 적극 대비한다는 목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0∼2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2.25∼2.50%에서 3.00∼3.25%로 0.75%포인트(p) 올렸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점이 미국이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배경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선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금리인상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긴축 및 강달러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종은 금리인상의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대부분 보험사가 보험영업의 적자를 투자 영업으로 만회하는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금리 수준은 투자수익률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 만큼 저금리보다는 고금리 국면을 우호적인 상황으로 인식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8월부터 지속된 채권금리 상승 영향으로 초저금리 여파로 줄곧 내리막을 걸었던 보험사들의 보유이원도 최근 개선 구간에 진입했다. 보험사들이 보유이원의 개선 국면을 맞은 것은 10년만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절대적 저금리 구간의 탈출은 보험사들에도 좋은 일이다"며 "구조적 이차마진 축소를 야기했던 저금리 구간을 탈피함으로써 재무구조도 현격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서 하락했던 주요 보험사들의 보유이원은 지난해를 저점으로 상승 전환했다"며 "최근 장기물 국채금리는 평균 보유이원을 20bp 이상 상회하고 있어 신규자산 편입에 따른 이원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FOMC의 결정을 앞두고 전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891%까지 뛰었다. AA급 3년물 회사채의 수익률도 4.8%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대부분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이 올해 상반기까지도 여전히 3% 수준에 머물고 있어 신규자산 편입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부쩍 커진 상태다. 지난 2015년 말까지만 해도 운용자산이익률은 4% 이상이었지만 초저금리 기조가 본격화한 이후엔 3%선을 유지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보험사 자산운용 부문 관계자는 "수익률 확보 여건이 개선되다 보니 리스크가 있는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채권매입을 통한 보유이원 개선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다만, 지속적인 금리 인상 여파로 활용할 수 있는 유동성 여건은 전 자산운용 섹터에서 과거 대비 둔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화유가증권 비중 관리는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최근처럼 강달러 기조가 지속될 경우 보험사들이 외화로 투자한 자산의 가치는 원화 환산시 유리하게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지급여력비율(RBC)에 외화유가증권을 활용하기 위해선 환 헤지가 필수인 만큼 보험사들의 손익 변동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번 FOMC의 결정으로 강달러 기조가 향후에도 강화할 경우 환 헤지 비용 자체가 늘어날 수 있는 점은 보험사들의 외화유가증권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환헤지 상품의 만기는 대부분 투자자산의 만기 대비 짧은 편이다. 이는 보험사들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만기·매각까지 환 헤지 계약의 갱신이 지속해서 필요하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만기 1년 이내의 헤지 상품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 등이 영향을 줬다.

해외투자 한도 확대를 골자로 한 규제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보험사들이 외화유가증권 비중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생보사들의 일반계정 내 외화유가증권 잔액은 92조8천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이 비중이 103조6천14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서만 10조원 이상 급감한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험 산업 내 외화 자산 대비 부채의 비중 등을 고려하면 위험도가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보험사별로 외화 익스포져가 상이한 만큼 각사별 외화자산 규모와 환헤지 비중, 외화부채 현황 등을 모니터링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j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4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