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지난해 판매전문자회사를 설립한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에 이어 최근 흥국생명까지 관련 검토에 돌입하면서 '제판분리' 트렌드를 둘러싼 업계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내년 초를 목표로 자회사형 독립보험대리점(GA) HK금융서비스(가칭)를 설립하고자 지난달 8일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아직 전속 설계사 조직을 완전히 떼어 내 별도의 판매전문사를 설립할지, 전속 설계사 조직을 그대로 두고 일단 자회사형 GA 형태로 출범시킬지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흥국생명 본사 사옥 전경>
(※흥국생명 제공)



흥국생명이 제판분리를 통해 기존 영업 조직을 분할하는 방식을 선택할 경우 현재 1천600천여명 수준인 흥국생명의 전속설계사들은 HK금융서비스로 소속이 변경될 전망이다.

지난해 상반기 1만9천여명에 달하는 전속 설계사 조직을 완전히 떼어 내 별도법인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한 한화생명의 수순을 밟는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미래에셋생명 또한 3천300여명의 전속 설계사 조직을 분할해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설립한 바 있다.

반면, 흥국생명이 기존 설계사 조직을 유지한 채 자회사형 GA를 따로 설립하는 방식을 택할 경우 전속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소속 변경에 대한 수요 조사를 거쳐 인원을 추리고, HK금융서비스에서 별도로 인력 충원에 나서 새 조직 세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한라이프가 2020년 신한금융플러스를 설립한 방식과 비슷한 방식으로 가는 셈이다.

다만, 규모의 경제를 조기에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 GA업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 경우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초반에 덩치를 키우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출범 초기 설계사 수가 100여명 수준에 불과했던 신한금융플러스는 GA 리더스금융판매와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설계사 수를 단숨에 4천여명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확대했다.

이렇다 보니 기존 GA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보험사 계열의 자회사형 GA들이 공격적인 확장을 통해 설계사 수 기준 상위권에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점이 자칫 기존 GA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회사형 GA의 경우에도 최근 취급 보험상품의 범위를 넓히면서 기존 GA들의 강점이던 비교 판매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회사 덕분에 비교적 영업 인프라도 안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GA들의 차별성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회사형 GA가 늘면서 기존 GA업계의 인력 이탈에 대한 고민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점도 문제다.

다만, 엑시트(투자금 회수·Exit) 여건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기존 GA들의 경우 출범 초기 사모펀드운용사(PEF)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는 선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집중했지만, 보험사 계열 자회사형 GA의 잇따른 등장으로 향후에는 경영권 자체를 넘기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신한금융플러스에 더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중견 독립판매대리점(GA)인 피플라이프의 경영권 인수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3천700여명 수준의 설계사를 보유한 피플라이프를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품게 되면 전체 설계사 수는 2만2천여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오는 2026년까지 2만6천여명의 설계사를 확보하겠다던 목표에 한 발 더 다가간다.

비슷한 규모로 올해 초 PEF JC파트너스에 매각됐던 리치앤코 또한 '새 주인 찾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KDB생명 인수가 좌절된 데 이어 최근 MG손해보험까지 부실금융기관 지정 여파로 매물로 나온 상황이어서 리치앤코 인수를 통한 시너지 창출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분위기를 보면 금리 인상으로 보험업계를 둘러싼 업황 개선 기대감이 본격화한 데 더해, 제판분리 트렌드로 GA업계 내 M&A에 대한 관심도가 커진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자회사형 GA 중 아직 유의미한 수준의 흑자를 지속 중인 곳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도 제판분리 트렌드가 힘을 얻고 있는 데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비해 판매 채널을 최대한 다변화하는 것이 보험사 입장에선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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