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연말 외화자금시장이 예년과 확연히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빠르게 하향 안정화되면서 국내은행에서 보유 외화에 여유가 생겼지만 원화자금시장의 경색은 지속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도 강화하면서 장기 구간 중심으로 롱베팅도 힘을 얻는 양상이다.

◇달러보다 귀해진 원화…초단기 강세 고착
6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1년물 스와프포인트는 전일 마이너스(-) 23.30원까지 올라섰다. 지난달 말께 -26.50원까지 밀렸던 데서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이다.

1년물 FX스와프포인트 추이
연합인포맥스


12월로 접어들면 연말 달러 유동성 우려로 스와프포인트가 하락할 것이란 통상적인 전망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예상과 다른 스와프포인트 움직임의 직접적인 이유는 역내의 넘치는 달러 유동성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 자금부에서 초단기 및 단기 스와프 셀 앤드 바이를 통해 달러를 풀어내고 원화를 확보하는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이 연말을 대비해 달러를 풍부하게 조달해 놓았지만, 최근 달러-원의 가파른 하락 등으로 잉여 유동성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원이 하락하면 파생상품 담보 용도 등의 달러 필요성이 줄어든다.

반면 원화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는 지속하는 중이다. 극심했던 회사채 시장의 불안이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CP 시장 등을 중심으로 연말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은행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은행채 발행 및 경쟁적 예금 유치 자제 압박을 받는 중이다.

이로 인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도 오버나이트 등 초단기 스와프포인트가 장기간 파(0.0원)를 훌쩍 뛰어 강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연말임에도 달러보다 원화가 더 귀해진 상황이 단기물을 탄탄히 떠받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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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피벗 기대도 안착…장기물도 '롱'
여기에 대내외 통화정책 여건도 스와프포인트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변하면서 장기물도 상승 기대가 강화되는 중이다.

제롬 파월 의장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방침을 확인하면서 연준 긴축에 대한 부담이 한결 줄었다.

미국의 탄탄한 고용지표에도 미 국채 금리의 반응이 제한되는 등 시장이 긴축 공포에서 차츰 벗어나는 흐름이다.

은행권의 한 딜러는 "연준의 금리 인상도 끝이 다가왔다는 인식으로 인해 1년물 등 장기구간에서 역외 투기적 거래자들이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고평가된 3개월물을 팔고 1년 등 장기구간을 매수하는 세력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연말 에셋 물량 등으로 일시적으로 스와프포인트가 하락할 수도 있지만, 꾸준히 하락한 올해와 달리 향후 향방은 상승 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글로벌 달러 유동성의 감소 속에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도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전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유럽계 은행의 신흥국에 대한 익스포져가 축소되는 중이라면서, 국내에 진출한 유럽계 은행 지점을 중심으로 자금공급이 축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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