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75%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금융시장은 이제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향후 정책 방향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볼 때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 신호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또 이창용 총재의 발언 곳곳에서도 여전히 비둘기파적 신호가 감지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위원 절반 "3.75% 열어둬야"…통방문은 '끝' 신호

한은 금통위는 13일 기준금리를 3.5%로 25bp 인상했다. 지난해 4월 이후 7번 회의 연속 금리 인상이다. 2021년 7월 0.5%이던 기준금리는 약 1년반 만에 3%포인트 올랐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본인 제외 금통위원 중 3.5%를 최종 금리로 보는 위원이 3명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3.75%도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인 위원이 3명이라고 밝혔다.

추가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은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사이클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3.75%까지 올려야 한다도 아니고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하는 위원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통방문 변화 등을 다른 부분을 고려하면 추가로 올리겠다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날 통방문의 문구를 대폭 수정했다. 핵심은 2021년 금리 인상 시작 시점부터 포함됐던 '금리 인상 기조 유지' 혹은 '완화 정도의 조정' 문구가 사라진 점이다.

한은은 2021년 8월 0.5%이던 금리를 0.75%로 올리며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의 시작을 알리면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문구가 사용된 바 있다.

한은은 해당 표현을 이후 금통위에서 꾸준히 유지하다가 지난해 7월부터는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더 명확한 문구를 사용했다. 또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는 여러 요인을 고려해서 판단하겠다는 문장도 뒤따르며 향후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했던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표현이 바뀌었다. 지난 2021년 8월 이전까지 금리 동결 시기에 사용하던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과 방향만 다를 뿐 현상 유지 신호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이 밖에도 이번 통방문에는 유의해야 할 변수로 '성장의 하방 위험',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 등의 단어가 포함됐다.

지난해 11월 통방문에서 '성장 흐름'과 '인플레 지속 정도' 등의 용어가 사용된 것과 비교하면 물가보다는 성장 위험에 한층 더 힘이 실린 것이다.

◇이 총재 발언도 곳곳에 비둘기…'매파 발언은 의도적' 평가도

통방문 문구의 변화 외에 이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도 전반적으로 비둘기 톤이 우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는 올해 금리 인상이 종료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3명 금통위원은 앞으로 1개월 사이 3.75%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놓자고 했기 때문에 제가 발표한 것이 앞으로 금리를 동결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곤란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려는 차원의 매파적인 발언이다. 하지만 이 정도를 제외하고 나면 대체로 비둘기파적 발언이 많았다.

연내 금리 인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물가가 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을 가지기 전에는 시기상조"라고 했지만, 가능성 자체를 아예 차단하지는 않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연내 금리 인하를 비교적 뚜렷하게 부인하는 것과는 달랐다.

연준보다 일찍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호도 내왔다. 이 총재는 "미국이 (인상)페이스를 조절하기 시작했다"면서 "기본적으로는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금리 역전의 부작용을 너무 과장하는 측면도 있다고 이 총재는 강조했다.

최근 시장의 채권금리 하락을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국고3년 금리와 초단기물 금리 역전 현상이 향후 경기 침체나 물가의 추가둔화 가능성을 감안한 움직임일 수 있다면서 "지금 단계로는 시장이 과민반응한다는 것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다른 관계자는 "총재 회견은 일부 억지로 매파적으로 보이려고 한다는 느낌도 들었다"면서 "통방문 자체가 비둘기파적 상황이라 그 정도가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자간담회 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jwoh@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5시 2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