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비둘기파(완화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신호를 명확하게 내놨다.

금융시장에서는 동결을 넘어 연내 금리 인하 기대에 불이 붙었다.

불과 지난주 금리 인상이 무색할 정도의 완화적인 신호가 여전히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대인 상황에서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도 제기된다.

◇이창용의 '피벗'…연내 인하 전망 봇물

19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전일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연내 금리 추가 인상의 문을 닫는 비둘기파적 발언을 다수 내놨다.

이 총재는 "금리가 이미 높은 수준"이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종 금리가 3.75%가 될 수 있다고 봤던 시장 참가자들도 지난주 금통위에서 "당연히" 전망을 하향 조정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세 명의 위원이 3.75%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고 본만 만큼 "금리 동결 신호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했던 이 총재의 지난주 발언은 무색해졌다.

이 총재가 비둘기 견해를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이 한층 힘을 받는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는 한은이 올해 150bp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은행도 8월부터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했고, ING도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채권시장의 가격도 연내 금리 인하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 전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3.37%로 기준금리를 훌쩍 밑돈다.

이 총재도 이런 시장의 움직임을 제어하려는 의사는 없는 상태다. 지난주 금통위에 이어 전일 간담회에서도 시장 금리 하락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 총재는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답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 총재는 "(시장 금리가)내려가는 폭은 당분간 제약적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나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는 있지만, 시장의 베팅에 "자기 책임하에 할 일"이라고 경고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물가 아직 5%인데…과한 상단 선 긋기에 우려도

문제는 아직 소비자물가가 5%대라는 점이다. 이는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 2%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한은의 예상대로 연말 물가가 3% 수준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목표보다 1%포인트가 높다. 물가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한은이 경계를 풀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치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 중국의 경제 재개 이후 에너지 수요 등 물가 불확실성 요인도 상당하다.

그런 만큼 한은과 마찬가지로 올해 물가가 상당폭 하향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추가로 올리고, 연내 고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란 강경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제시한 올해 PCE가격지수 상승률 전망은 3.1%로 지난해 5.6%보다 2.5%포인트 낮다. 한은이 예상하는 올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3.1%로 지난해 연간 상승률 5.1%보다 2.0%포인트 아래다.

한은의 비둘기 신호가 자칫 금융여건 완화 및 기대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주체들이 추가 긴축이 없다고 확신하면 현재 금리를 고점으로 생각하고 경제 활동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대출 등도 마찬가지 행태를 보일 수 있고, 인플레 기대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은이 왜 금리 상단을 닫으려는지 의문"이라면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는 정책 여지를 열어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며, 그래야 금융시장의 쏠림도 차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채권시장의 다른 관계자는 다만 "금리의 절대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없다고 해서 금융 여건이 완화되거나 기대 인플레가 다시 높아질 위험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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