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외환당국이 거래 시간 대폭 확대 및 해외기관 참여 허용으로 외환시장의 문을 열기로 했다.

당국의 조치가 달러-원 환율을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변동성을 더 키우며 불안을 초래할 것인지를 두고는 예상이 엇갈린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 온 거시건전성 조치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깊이 강화로 더 안정 vs 변동성 커진다

7일 외환당국이 발표한 시장 선진화 방안의 핵심 조치는 거래 시간을 내년 하반기부터 우리 시간 새벽 2시까지 연장하는 것과 적격한 해외금융기관의 국내 시장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다.

또 추후 24시간 거래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국내 중개사를 거치는 등 일정 부분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단순하게 보면 원화가 다른 선진통화와 유사하게 다수의 글로벌 플레이어가 24시간 거래하는 통화로 변하는 셈이다.

당국은 이런 조치가 달러-원 환율의 안정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원화의 현물환 거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거래되지만, 사실상 24시간 거래 체계와 유사하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화가 활발하게 거래되는 탓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NDF 중 원화의 거래 비율은 단연 1위다. 거래량도 서울 환시의 현물환 거래량보다 더 많다.

우리 시장이 열리지 않는 야간 시간대에도 NDF 가격은 끊임없이 변하며, 이는 다음날 서울 환시 환율에 그대로 반영된다.

또 NDF의 경우 원화의 실물 결제가 불필요한 만큼 고 레버리지로 인한 투기적 거래가 더 용이한 측면도 있다.

그런 만큼 국내 증권투자 등 실수요자의 경우 환시 거래 시간 연장을 통해 현물환 거래로 편입시키면 NDF 시장만 있는 것보다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참여 기간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주체가 원화를 거래하면 거래량이 늘면서 호가가 촘촘해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기존 심야 NDF 거래자들의 패턴을 볼 때 심야 시간대 현물환율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기존 NDF 거래자들은 주로 한 방향으로 호가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서울 환시에서는 역외가 한 방향으로 매도할 경우 국내 수출업체 등의 달러 매수가 맞서는 식으로 수급의 균형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은행권의 한 딜러는 "국내 기업들의 거래가 뜸할 수밖에 없는 야간 시간에 역외 거래자들의 한 방향 주문이 대거 유입될 경우 반대 수요가 부족해 환율이 급등락할 위험이 상당하다"면서 "국내 기관의 딜러들이 대규모 주문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고 짚었다.

◇거시건전성 3종 세트 시대 저무나

그동안 외환시장의 안정성 강화에 톡톡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거시건전성 3종세트의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3종세트는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와 외화차입에 대한 거시건전성부담금, 외국인 채권과세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이 중 외국인 채권과세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위한 비과세 조치로 사실상 이미 폐지됐다.

거시건전성 부담금의 경우도 해외금융기관이 국내 시장에 참여할 경우 부과 여부가 불분명하다. 해외기관에 우리 당국이 분담금의 강제할 수 있을지, 이들의 차입을 어떻게 판단할지 등도 아직 미지수다.

3종세트 중에서도 핵심인 선물환포지션 한도 제한도 변화될 수 있다. 당국은 일단 국내 기관에 대한 포지션 한도 규제는 유지할 방침이다.

해외기관에 대해서는 국내 기관이 해외금융기관(RFI)을 상대로 하는 포지션비율을 별도로 산정·관리토록 하는 방안이 있다고 당국은 제시했다. 국내기관을 통해 RFI의 선물환포지션 총량을 모니터링하면서 과도한 포지션 구축 등의 불안 요인이 탐지될 경우 비율 규제 등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국내 기관에 대한 차별 및 부담 가중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자기자본 대비 일정 비율 등의 현재 포지션 한도 산정 방식은 해외금융기관에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만큼 국내기관보다 해외 기관이 더 적극적인 투자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당국은 비율이 아닌 포지션 총량에 대한 규제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송대근 한국은행 외환업무부장은 "비율과 총량 등 필요시 한도 규제 방법은 여전히 논의 중"이라면서 "국내기관이 RFI포지션 비율을 별도로 관리한다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로 제시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국은 유사시 RFI의 자본거래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수단도 외국환 거래법령에 명시하는 등 안전장치를 확보할 방침이다. 이 경우 자본거래의 수단과 절차, 범위, 기간 등을 법에 명확하게 밝혀 규제 불확실성을 줄일 계획이다.
 

딜링룸 전경
연합뉴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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