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무버' 기치로 FX 트레이딩 시스템 순항
지난해까지 고객사 1천300개 확보…연간 약 500억달러 거래
"국내기관 넘어 글로벌 경쟁 기반 만들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정부가 70년 만에 외환시장 구조를 전면 개편키로 한 가운데 '퍼스트 무버'의 기치를 내걸고 전자거래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온 하나은행이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시장 주도를 위해 경쟁사 대비 2년가량 빠른 개발과정을 거쳤던 '하나 외환(FX) 트레이딩 시스템'의 안착과 성장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외환시장 선도 은행으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딜링룸 (※하나은행 제공)>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전자플랫폼인 '하나 FX 트레이딩 시스템'의 기업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천288곳에 달한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493억달러(한화 약 62조6천억원), 체결건수는 7만6천여건에 이르렀다.

특히, 이 가운데 전자거래인프라(API)를 통한 오토헤지 거래량은 354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2021년 사용기업이 471개사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일 년 만에 3배로 늘어난 수치다.

거래량과 거래건수 또한 같은기간 4배 이상으로 급증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021년 12월 'API를 통한 호가 제시→기업고객 주문·체결→은행간시장 오토 헤지(Auto Hedge)'에 이르는 전 과정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킨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나은행은 경쟁 은행들이 관련 사업에서 여전히 준비단계에 머물러 있는 현재의 상황이 향후 기업고객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2025년까지 기업고객을 2천500곳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2년가량 앞당겨 올해 달성할 방침이다.

하나 FX 트레이딩 시스템은 알만한 대기업·금융사들을 시작으로 최근엔 중소형 금융기관들까지 이용고객에 편입되며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다소 소극적이었던 마케팅 기조도 최근엔 공격적으로 변했다.

시스템 완성 초기였던 지난 2021년까지는 가파른 고객 유입이 시스템의 정확성과 안정성 등에 '악영향'을 줄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이후 검증이 완료됐다고 판단한 시점부터는 마케팅도 본격화했다.

특히, 하나 FX 트레이딩 시스템이 출범 이후 줄곧 '무사고' 기조를 유지하면서 내부에서도 시스템 안정성 등에 자신감이 붙었다.

하나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엔 토스증권과 24시간 외환거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FX 플랫폼 구축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실시간 환율을 바탕으로 24시간 거래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연내 하나 FX 트레이딩 시스템 가입 기업을 대상으로 전면 24시간 서비스 제공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하나은행은 정보 비대칭성에 기인한 과거 거래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 환율을 모니터링하며 거래를 체결할 수 있는 전자플랫폼에 기업들의 관심이 커진 점이 성장세에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API에 기반한 실시간 환율제공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한 점도 또 하나의 성공 비결이다.

토스증권과의 업무협약은 주식을 중심으로 해외투자에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체결된 케이스다.

차액결제선물환(NDF)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이 야간에 환율 변동을 반영하지 않았던 점은 해외주식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에겐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였다.

강영수 하나은행 자금시장본부장은 "외환은행 시절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1년 반에서 2년가량 준비를 빨리 시작했던 점이 성과로 이어졌다"라며 "결국 플랫폼 사업의 핵심 경쟁력은 시스템의 안정성과 편의성인데 추가적인 고도화 작업을 통해 현재도 경쟁력을 개선하고 있다. 초기 이용기업들을 '바인딩(Binding)'할 수 있는 부분 또한 향후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은 최근의 성장세에 추가적인 드라이브를 걸어 FX 전자플랫폼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FX 플랫폼 구축 TF' 조직을 신설해 24시간 거래 시스템을 운영 중인 데 더해, 플랫폼에 유입되는 물량의 단순 시장거래를 넘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오토 헷지 전략을 고도화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딥러닝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국내시장은 물론 비거주자 API거래를 위한 해외 플랫폼 개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강 본부장은 "외환시장 선진화는 거래시간과 시장 직접참여자의 확대로 거래물량은 늘어날 수 있는 반면 외국계 은행과의 '무한경쟁'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하나은행은 정부 정책에 적극적인 대응으로 외환시장 선진화를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며 "하나 FX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지속적 투자·인력확충을 병행해 국내 기관간의 경쟁을 넘어 글로벌 경쟁에서도 우위를 다질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영수 하나은행 자금시장본부장(왼쪽). (※하나은행 제공)>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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