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G 보유 구주+신주' 인수…기업가치 8.5조 수준서 논의
먼저 치고 나간 우리銀이 유력…하나銀 투자금 확대 가능성 '변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모빌리티 업계 1위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확보를 두고 맞붙었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8월 티맵에 대한 지분 투자를 선제적으로 끝낸 가운데, 우리·신한·하나은행도 가세하면서 4대 시중은행 전체가 모빌리티 기업에 대한 전방위 투자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우리·신한·하나은행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점유율과 보유 데이터 등이 티맵보다 월등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B국민은행이 티맵과 전략적 관계를 선제적으로 맺은 상황에서 국내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마저 놓친다면 향후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3사 간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20일 은행권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근 4천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초기 투자자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보유한 구주와 신주 일부를 인수하는 협상이다.

TPG는 2021년 말 기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2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5년 넘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공개(IPO)가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다른 투자자를 찾아 투자금 회수(Exit·엑시트) 차원에서 보유 지분을 매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선 재무적투자자(FI)인 TPG가 보유한 구주 일부를 전략적투자자(SI) 성격이 강한 은행에 넘기게 될 경우, 다양한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주주를 맞는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투자 유치 과정에서 신주를 일부 넘기는 것을 추진 중인데, 향후 사업 확장과 해외 진출을 위한 종잣돈으로 활용하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3개 은행은 8조5천억원 수준의 기업가치에 근거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3개 은행이 모두 지분 확보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여 기업가치 수준 상향 조정과 함께 인수 대금도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최대 주주는 카카오이며, 2대 주주인 TPG 이외에도 칼라일과 LG, 구글, GS칼텍스 등도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분 투자 추진 과정에서 3개 은행 중 가장 먼저 치고 나온 곳은 우리은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협상을 진행해 온 곳인 만큼 현재로선 우리은행이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물론 디지털과 데이터 사업의 강화 차원에서 지분 확보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지주가 전체적인 딜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 주체는 우리은행이 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고유자금(PI)을 활용해 투자를 집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손태승 회장 때부터 시작됐지만 임종룡 내정자가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뒤에도 동력을 잃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중요한 의미가 있는 딜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뒤늦게 강한 추진 의지를 보여 우리은행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1년 만에 가맹점 수 6만 개를 돌파한 배달앱 '땡겨요'를 통해 신사업의 성공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다.

여기에 모빌리티를 접목해 디지털금융에서의 확고한 입지를 만들겠다는 것이 신한은행의 목표다.

아울러 '리딩뱅크'를 놓고 경쟁 중인 KB국민은행이 이미 티맵에 투자한 뒤 시너지 방안을 만들고 있는 점도 신한은행이 딜을 서두르는 이유로 평가된다.

아울러 최근 강력한 투자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하나은행 또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돈 잔치 자제령' 탓에 이자수익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 더는 의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은행권들 사이에서도 변화에 대한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며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할 때 모빌리티 분야와의 협업은 은행권의 변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딜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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