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투자 마지막 기회…시중은행 3사 '총출동'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KB국민은행 쏜 모빌리티 지분투자 '신호탄'이 은행권 전체로 번지는 분위기다.

금융과 모빌리티의 시너지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는 데다, 최근 업계 2위인 티맵모빌리티에 이어 1위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투자 기회까지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아직 파트너를 찾지 못한 신한·하나·우리은행의 긴장감도 극에 달한 상황이다.

정부가 이자수익에 기댄 은행권의 '돈 잔치'를 작심 비판하면서 '비(非)은행' 포트폴리오에 대한 압박이 커진 점도 은행권이 모빌리티 투자에 사활을 걸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일 은행권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모두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확보 경쟁이 뛰어들었다.

이들 3사는 모두 4천억원 수준의 투자에 나선다는 목표다.

기업가치 8조5천억원 수준에서 TPG가 보유한 구주를 중심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점을 고려하면 지분투자 파트너로 확정된 은행은 4% 이상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는 금융사들의 관심을 받던 분야 중 하나였다.

스마트폰 기기를 넘어 자율주행 차량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모빌리티 업체들과 미리 관계를 터 두려는 시도들은 5년 전부터 재무적투자자(FI)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나왔다.

최근에는 전략적투자자(SI) 성격이 강한 에너지·기술기업에 더해 금융권으로도 이러한 흐름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가장 먼저 모빌리티 업체에 투자에 나선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8월 2조2천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은 티맵모빌리티에 2천억원을 투자, 8.3%의 지분을 쥔 4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초기 단계긴 하지만 협업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후 양사는 대리운전 기사를 위한 소액 대출상품 등을 출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카카오모빌리티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내비게이션 데이터 중심인 티맵과 카카오모빌리티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지분 확보를 두고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것도 결국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 이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선 성사되기만 한다면 카카오모빌리티가 티맵보다 나은 대안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모빌리티 영역에서 압도적 1위다. 이용자 수만 약 4천만명으로 티맵의 두 배에 육박한다.

데이터 또한 내비게이션 뿐 아니라 택시호출, 대리운전, 주차, 렌터카, 퀵서비스, 여행, 항공 등의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축적되고 있다.

단순히 은행 디지털 플랫폼과 카카오T 앱 내에서의 일차원적 협업을 넘어 택시·대리·퀵서비스 등의 계좌 연동 통합 서비스는 물론 자율주행 플랫폼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등으로 협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고객들의 '바인딩'(묶어두기·Binding)을 위해 향후 '00페이'로 대변되는 생태계를 구축할 경우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도 은행권과의 협업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급증하고 있는 '긱 워커'(Gig Worker)들을 연결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초단기 업무를 찾아 수행하는 근로자들을 일컫는 '긱 워커'의 대표적 사례가 차량공유서비스 운전자와 배달전문 라이더 등 1인 계약직들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용 근로자들을 연결하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 등에서도 은행과 모빌리티 업계의 협업이 가능할 수 있다"며 "데이터 통합을 통해 '긱 워커' 형태의 근로자에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향후 해외진출 측면에서도 모빌리티 업계와 은행권 협업의 시너지는 나올 수 있다"며 "해외 진출이 필요한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다양한 해외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는 은행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특히, 은행권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번 딜에 거는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공공성'의 기조 하에 은행이 과도한 이익 추구와 성과급 지급 등 이른바 '돈잔치'를 지양해야 한다는 경고를 수차례 보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에 대한 은행권의 니즈가 커지는 배경인 셈이다.

또 정부는 은행권의 과도한 이익 추구는 경계하는 한편, 신사업 확대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가 어려운 빅테크보다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공공성이 어느 정도 담보된 은행들이 배달 등의 신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스탠스인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의 이런 기조는 은행권에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최근 금산분리 완화 등을 통해 은행권의 신사업을 지원할 계획인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인수는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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