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산업 정책 방향에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당초 정부는 뒤에서 미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보다 적극적인 지원 및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무게추가 옮겨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정부의 지원이 수반돼야 하는 성격의 산업이나 공공재로 볼 수 있는 일부 산업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정책을 내놓는 것으로, 정부가 주도하거나 간섭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비상경제민생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jeong@yna.co.kr


◇ 커지는 정부 존재감…'미는' 정부에서 적극적 정부로

2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금융과 통신 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은행의 과점 체제와 공공재 성격,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고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통신을 더해 금융과 통신의 과점 폐해를 지적했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인데 독과점 체제가 이를 해치므로 정부가 나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정 산업과 관련해 정부가 직접 일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뒤에서 '미는' 역할을 하겠다는 출범 초기에 제시한 정책 기조와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경제 6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어 뒤에서 돕고 기업은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며 투자하고 커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경제 정책을 정부 중심에서 민간·시장 중심으로 대전환했다고 홍보했고, 생중계로 진행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는 민간이 더 잘 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출근길 문답에서도 여러 차례 앞에서 끄는 것이 아닌 뒤에서 미는 정부의 역할을 언급해왔으나, 최근 정부는 직접 전면에 나서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을 필두로 정부는 방위 산업과 원자력 발전 분야의 수출에 두 팔을 걷어붙였고, 각종 산업의 시장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시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지만 정부 정책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고 했고,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신산업 육성이나 안전관리, 우주경제 등 분야의 시장을 조성하도록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무원과 만나서는 "공직자들이 기업이라는 생각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시장의 경제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내도록 공직자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대통령과의 대화'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세종=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7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ane@yna.co.kr


◇ 대통령실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정책"

대통령실은 지원 또는 관행 개선이 필요한 산업과 관련해 정부가 나서는 것을 두고 정부가 주도하거나 간섭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방산이나 원전의 수출을 위해 정부가 힘을 모으고, 신산업과 전략산업 등 정부가 초기 시장 조성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영역에서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정부의 뒷받침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또 독과점 체제에 제동을 거는 것은 시장 효율성과 국민 후생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로 인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출근길 문답에서도 "독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면 국민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특허를 통해 인위적인 독과점 체제가 구축되는 산업에서는 국가가 관련 기업들에 경쟁과 사회적 역할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금융기관의 거버넌스(지배구조)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일이라고도 했다.

최근 정부가 유류 도매가격의 공개를 추진하는 것도 정유 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대책으로 여겨진다.

다만, 대통령실은 정부의 인허가로 진입장벽이 생긴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윤 대통령이 연일 지적하고 있는 금융과 통신 산업은 대표적인 인허가 사업으로, 정부가 칼을 빼든 뒤에는 고통 분담과 경쟁 심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 관계 부처 및 기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인허가에 의해 과점이나 독과점 능력을 부여받은 기업의 경우 경쟁 촉진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인허가 사업이 아닌 업종에 대해 정부가 나서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는 최소한 그런 범위 안에서 경쟁을 촉진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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