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4천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운용을 책임지는 한국은행이 위탁운용사 축소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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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외환보유액 증가와 함께 위탁 운용사도 꾸준히 늘어왔지만, 향후 운용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위탁 기관의 수를 줄이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3일 한은에 따르면 외자운용원은 올해 주요 업무 목적의 하나로 위탁운용사 효율화를 결정하고, 이를 추진 중이다. 위탁운용사의 수를 현행보다 감축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2022년말 기준으로 한은의 외화자산 중 위탁운용자산의 비중은 24.3%다. 지난 2018년 18.3%이던 데서 꾸준히 비중이 늘었다.

한은은 현재 이 자금을 30여 개 기관에 위탁해 운용하고 있다. 핌코와 블랙록 등 글로벌 유수의 운용사 대부분이 한은의 위탁 기관이다.

한은은 또 같은 운용사 내에서도 다양한 펀드에 세분해서 자금을 맡기고 있다. 펀드 단위로 보면 한은이 관리해야 하는 위탁 기관 수가 큰 폭 늘어난다.

한은은 그간 보유액의 꾸준한 증가에 발맞춰 위탁 기관도 늘려왔지만, 효율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한은의 보유액 위탁운용은 외자운용원 내 위탁운용1팀과 2팀이 담당한다. 이 중 위탁운용2팀은 한국투자공사(KIC)와 아시아채권기금(ABF) 등 공적 기관 위탁 자금을 주로 관리한다.

올해 2월 기준 팀장 포함 인원이 5명에 불과한 위탁운용1팀이 공적기관에 위탁하는 자금을 제외한 대부분을 관리하는 셈이다.

그런 만큼 평상시 관리는 물론 인사이동 등으로 인력이 바뀔 때마다 각 위탁사 및 개별 펀드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만도 벅찬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위탁운용사를 줄이고, 개별 회사당 위탁 금액의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요 운용사에 대한 한은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위탁사 '다이어트'를 결정한 배경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의 규모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큰손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기관별로 위탁하는 자금의 규모를 늘리면, 정보 협조 등 해당 기관에 대한 영향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다만 어느 정도 규모로 위탁 운용 기관을 축소할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한은 다른 관계자는 "위탁 운용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위탁기관 수를 줄일 것인지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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