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키' 쥔 사외이사 변화 '찔끔'…거수기 논란 여전
4대 지주 7명 신규선임 그쳐…신한금융은 모두 연임
"내부통제 미흡 CEO 방관"…ISS도 사외이사 연임 반대 권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지배구조 정상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서도 올해 주요 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원 변화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단순히 최고경영자(CEO)들의 의사결정을 보완·견제하는 역할을 넘어 이사회가 독립성·전문성을 바탕으로 '콘트롤타워'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변화만을 가하며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이사회와의 소통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줄곧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던 은행권 이사회에도 향후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된다.

◇ 이사회까지 번진 '내치(內治)' 논란…4대 지주 7명 신규선임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오는 23~24일 진행될 주주총회에서 7명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한다.

임기가 만료된 8명(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의 사외이사를 모두 연임 대상에 올린 신한금융을 제외하면 KB금융과 하나, 우리금융의 경우 2~3명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예고했다.

새로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 합류하게 될 후보들은 대부분 교수 출신으로 국한됐다.

KB금융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등 3명을 추천했다.

조 감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교수 출신인 셈이다.

하나금융 또한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를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 올리기로 했다.

원 교수는 대검찰청 양성평등정책위원회 위원과 기획재정부 재정운용전략 위원회 민간위원,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지역재투자평가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쳤다.

이준서 교수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과 국민연금 기금운용투자정책전문위 위원, 금융위 공적자금관리 자금지원소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간 라임펀드 사태로 CEO가 바뀌는 등 지배구조 이슈로 홍역을 치렀던 우리금융 정도가 가장 큰 폭의 '물갈이'에 나선 케이스로 평가된다.

과점주주의 추천 제도를 통해 이사회를 운영 중인 우리금융은 현재 노성태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한화생명 추천)과 박상용 연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키움증권 추천), 윤인섭 전 푸본현대생명 이사회 의장(푸본생명 추천),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부회장(한국투자증권 추천), 신요환 신영증권 고문(유진PE 추천),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추천),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등 7인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임기를 맞는 사외이사는 노성태·박상용·장동우·정찬형 등 4명이다.

지난해 한화생명이 지분 매각으로 추천권을 잃은 만큼 노성태 이사가 자연스럽게 이사회에서 물러나게 된 가운데, 박상용·장동우 이사도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윤수영 전 키움자산운용 대표와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새로 이사회에 합류하게 됐다.

총 4명의 임기만료 이사 중 3명이 물러나거나 교체되는 셈이다.

윤 대표와 지 대표는 자산운용업과 스타트업 발굴, 인수·합병(M&A) 등의 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만큼, 향후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이나 견제·감시의 성과로 판단받기 보다는 내부적인 친분을 강화해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이른바 '내치(內治)'의 부작용이 CEO 인사 뿐 아니라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금융당국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주총을 시작으로 금융권 이사회에는 꾸준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문제의식 커졌지만… 70%는 연임…글로벌 자문사도 '경고'

이사회의 구성과 역할에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금융권 안팎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지주들은 70%가량의 사외이사들의 연임을 결정한 상태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에서 임기 만료를 맞는 사외이사 25명 중 18명은 연임 대상에 올랐다. 추천된 후보가 주총에서 선임되는 않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후보들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부통제에 실패한 지주 CEO들이 일제히 교체된 가운데 견제·감시에 실패한 사이외사 상당 수가 연임에 나섰다는 점이다.

특히, 라임펀드와 횡령 사태 등으로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이슈에 대한 압박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서도 사외이사 연임 기조에 좀처럼 변화가 생기지 않고 있는 점은 최근의 분위기와 '엇박자'를 낸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장기집권을 위해 CEO와 사외이사들이 공생하는 구조는 꽤 오래됐지만 오너가 없었던 회사인 만큼 사실상 '사각지대'에서 견제 자체가 없었다"며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은행권에 대한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것도 사실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알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던 부분에 손을 대겠다'는 차원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임기만료를 맞는 사외이사 중 절반가량은 바뀔 것으로 예상했던 초기 분위기와 견주면 4대 지주들도 생각보다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며 "임기 만료를 맞은 모든 지주 CEO가 물러난 것과는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국내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에 비판을 가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ISS는 최근 발표한 4대 금융지주 주총 안건 관련 보고서에서 신한·하나·우리금융의 사외이사 연임 후보들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라임·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채용 비리, 대규모 횡령 사태 등 금융지주의 대형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서도 이사회가 별도의 대응 없이 넘어간 만큼 연임 자격이 없다는 게 ISS 주장의 골자다.

신한금융의 경우 최종적으론 무죄를 받긴 했지만, 조용병 회장의 채용비리 소송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이후 이사회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하나금융의 경우 함영주 회장이 DLF 불완전 판매로 1심에서 패소한 뒤에도 이사회 구성원으로 남게 한 점이, 우리금융의 경우 라임펀드와 관련해 또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회장의 리걸 리스크를 알면서도 이사들이 방관했다는 점이 반대 권고의 논리로 사용됐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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