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상업 출신 절반씩 활용…외부 출신 비중도 늘렸다
바로 자추위 시작해 우리은행장 인선 절차 '시동'
M&A 선택지 놓고 '고심'…"증권사 인수 적극 추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손지현 기자 = '관치 논란'을 딛고 우리금융지주의 수장에 오른 임종룡 회장의 앞길에는 숱한 과제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조직 내 갈등이 여전히 잠재돼 있어 이를 해결하고 새로운 조직문화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최대 숙제다.

특히 금융지주 출범 이후 사업 확장과 성장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은행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비은행쪽으로 확장해야 하는 것도 임 회장의 앞에 놓인 큰 과제다.

은행권을 향해 강력한 압박을 지속하는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과 함께 불확실한 금융시장 상황을 뚫고 건전성과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것도 그 앞에 놓여있다.

임 회장은 2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정 당시부터 강조했던 대로 새 조직문화와 내부 경쟁력 강화, 미래성장동력 발굴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그 부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한일·상업 '기계적 균형' 맞춘 임종룡…내부 갈등 해결할까

한일과 상업으로 나뉘어 지속됐던 파벌싸움은 우리금융을 둘러싼 최대 리스크 중 하나였다.

최근에는 통합 이후 선발된 공채 직원들이 차·부장급에 오르면서 색깔이 옅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금융 임원들에겐 한일·상업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선임 당시부터 '관치금융'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임 회장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도 외부인으로서 갖추고 있는 '객관성'이 한 몫 했다.

한일·상업 출신이 나서 내부 파벌싸움을 정리한다는 것엔 태생적 한계가 명확했던 만큼, 우리금융 안팎에선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제3자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의 의중을 반영해 지난 3일 실시된 우리금융 임원인사를 보면 파벌싸움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 우리금융 지주·은행 인사에서는 한일 출신 11명과 상업 출신 10명이 등용됐다.

사의 표명 이후 후임자를 구하기 전까진 업무를 수행 중인 이원덕 행장과 지주 내에서 유일하게 유임된 이성욱 재무부문 부사장, 전략을 총괄하게 된 이정수 상무, 정연기 종소기업그룹 부행장, 강신국 기업그룹 부행장, 고정현 IT그룹 부행장 및 우리에프아이에스 사장, 류형진 외환그룹 부행장보, 김백수 정보보호그룹 부행장보, 성윤제 여신지원그룹 부행장보, 조병열 금융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보, 박구진 준법감시인 등 11명이 한일 출신이다.

반면, 지주의 김건호 미래사업추진부문 상무와 박장근 리스크관리부문 상무, 전재화 준법감시인, 은행의 이석태 국내영업부문 부행장과 이문석 자금시장그룹 부행장, 송현주 자산관리그룹 부행장보, 윤석모 글로벌그룹 부행장보, 기동호 IB그룹 부행장보, 김범석 부동산금융그룹 부행장보, 유도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보 등 10명은 상업 출신이다.

지주·은행 내 외부 출신은 임종룡 회장과 옥일진 디지털·IT 부문 전무, 양현근 상임감사, 방송사 출신으로 우리금융 브랜드·홍보 부문 임원으로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A씨 등 4명이다.

계열사 CEO 인사에서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드러난다.

아직 공석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를 제외하면 한일과 상업 출신은 각각 4명, 5명이고, 외부 출신은 자산운용 계열사를 중심으로 4명이다. 향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또한 외부 출신을 기용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임종룡 회장은 "(임원들의 출신 은행을) 의식하고 인사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 능력 중심으로 뽑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여전히 갈등이 '진행형'인 만큼 한일·상업 출신의 비중을 기계적으로 맞춘 것으로 해석한다.

임 회장 또한 '외부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빠른 조직 장악을 위해 예상을 뛰어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지만,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한일·상업 출신의 비중을 어느 정도 맞추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 신임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도 본격화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과 함께 임 회장은 이원덕 행장의 사의 표명으로 공석이 된 우리은행장을 채우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인사를 통해 파벌싸움의 균형은 어느 정도 잡아둔 만큼 향후 임 회장의 과제는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한일·상업 출신 임원들의 숫자가 비슷한 만큼 출신 은행이 크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간 손태승 전 회장과 이원덕 행장이 한일 출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은행장은 상업 출신이 와야 한다는 내부 압박이 생길 수는 있을 것"이라며 "파벌싸움은 통합기수의 연차가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있는 부분이지만 여전히 우리금융 조직문화에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 임 회장 또한 이 부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 회장도 은행권의 역할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 국민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장을 장기간 비워두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이날 주총 전 기자들과 만난 임 회장은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바로 가동해 신임 은행장 물색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경영승계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 (신임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을) 작동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우리은행장은 '내부 출신'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우선 주요 보직자를 대상으로 1차 후보군을 선정해 검증을 진행한 뒤 2차 후보군 3~4명을 추려 그간의 성과 등을 면밀 점검, 최종적으로 신임 우리은행장을 뽑겠다는 게 경영승계프로그램의 골자다.

전·현직 임원은 물론 이번에 이동한 계열사 CEO까지 모두 후보군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전직 임원인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과 김정기 전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김종득 전 우리종합금융 대표와 현직 임원인 전상욱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와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이 후보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 금융사 M&A·모빌리티 지분투자…신성장동력 강화 첫 행보는

'임종룡 체재'가 본격화하면서 인수·합병(M&A)이나 지분투자 등을 포함한 우리금융의 첫 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손태승 전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증권과 보험, 벤처캐피탈(VC) 등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기조를 이번에 선임된 임 회장 또한 그대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사실 임 회장은 회장 경쟁에 참여했을 당시에도 내부 갈등 문제와 함께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와 자본 건전성 문제는 기본적으로 치유해야 할 과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도 향후 임 회장의 행보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임 회장은 과거 농협금융 회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우리금융이 민영화 과정에서 내놓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을 총괄하기도 했다.

특히, 금융권 안팎에선 과감한 인사 작업을 조기에 마무리한 만큼 향후 임 회장이 낙후된 포트폴리오를 정상 궤도에 올려두는 작업을 우선순위로 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엔 '이자 장사'로 낸 실적을 통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은행권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바뀌는 추세다.

이번 인사·조직개편에서 기존의 전략담당 라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래사업추진부문까지 신설하기로 한 것도 우리금융의 현실과 정부의 기조, 국민 정서 등을 모두 반영한 조치다.

실제로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사 중 증권사와 보험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곳은 현재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임 회장은 향후 본업인 은행업의 손익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증권·보험사의 인수를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에서 지주사에 '콘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한 만큼 미래사업추진과 전략 부문을 중심으로 '똘똘한 매물'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의 경우 유안타증권과 SK증권 등이 잠재 매물이다.

생명보험업계에선 산업은행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KDB생명은 물론, ABL생명과 AIA생명, 동양생명 등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수년째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앞서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를,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각각 인수해 기존 보유 중인 생보사와 통합해 덩치를 키우는 과정을 거쳤다.

손해보험업계에선 지난 2020년 한 차례 매각을 시도했다 불발된 악사손해보험과 사모펀드운용사(PEF)가 보유한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등이 모두 매물로 평가된다.

아울러 임종룡 회장의 취임으로 카카오모빌리티와 추진 중인 4천억원 규모의 지분투자 논의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잠재 매물들과 접촉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금융이 금융사 M&A의 큰 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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