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을 두고 고강도 검증 시스템을 본격 가동해 관심을 끈다.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대한 폐쇄적 절차와 모호한 기준 등에서 내외부의 비판이 거셌던 점을 고려한 결과로, 우리금융을 이끌게 된 임종룡 회장의 강한 변화 의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임종룡 회장과 함께 윤수영·지성배 사외이사가 우리금융의 새로운 이사진에 합류한 것을 계기로,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 분위기 또한 180도 달라졌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자추위는 신임 우리은행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과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4명을 추천했다.

이 과정에서 자추위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세대교체'와 '영업', '현직' 등 3가지 키워드가 이번 차기 우리은행장 롱리스트를 추리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 "경쟁사 상황도 고려"…1964년생이 마지노선

우선 우리금융 자추위는 '세대교체'라는 금융권의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후보군의 나이를 1964년생으로 제한했다.

1965년생인 조병규 대표를 제외하면 이석태 부문장과 박완식 대표, 강신국 그룹장 등 3인은 모두 1964년생이다.

최근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원덕 행장이 1962년생인 점을 고려하면 최고경영장(CEO) 연령대가 2~3년 낮아진 셈이다.

여기엔 경쟁사들의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경우 1963년생이다. 신한은행을 이끌고 있는 정상혁 행장은 1964년생이고 국민은행의 이재근 행장은 1966년생이다.

우리금융 자추위 또한 4대 시중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1963~1966년생인 것을 반영해 1964년생과 1965년생을 후보군에 편입한 것으로 보인다.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히자 '영업통' 경력을 내세워 차기 은행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던 박화재 원피앤에스 대표의 경우 롱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올해 초 임종룡 회장과 회장 선임 레이스에도 함께 참여했던 박 대표의 경우 1961년생이다.




◇ "영업 커리어 갖춰라"…전통 재무·기획라인 '당황'

아울러 자취위는 후보자의 영업력을 검증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지주는 전략에, 은행은 영업에 특화해야 한다는 게 지난 24일 취임한 임 회장의 경영방침이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 후보들이 영업 관련 커리어를 보유 중이다.

이석태 부문장은 중앙대 경영학과를 나와 상업은행에 입행한 뒤 우리금융의 전략·신사업 업무를 중심으로 커리어를 쌓다가, 지난해부터는 우리은행 영업총괄그룹을 맡고 있다.

국민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박완식 대표도 은행 내에서 개인·기관영업과 디지털 부문을 중심으로 업무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로 평가된다.

경희대 경제학과 출신인 조병규 대표는 준범감시인과 경영기획그룹에 더해 기업그룹도 담당하면서 영업 관련 경험을 쌓았다.

강신국 그룹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일은행에 입사, 2014년부터 여의도중앙금융융센터장과 종로기업영업본부장, 투자은행(IB)그룹 상무, 자금시장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거쳤다. 현재는 기업투자금융부문장 겸 기업그룹장을 함께 맡고 있다.

영업력에 대한 요구는 차기은행장 하마평에 올랐던 일부 후보들에겐 '진입장벽'이 되기도 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을 맡고 있는 전상욱 대표와 우리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성욱 부사장 등이 후보에 들어가지 못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는 평가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지난 2011년 우리금융에 합류한 전상욱 대표는 한국은행 출신인 데다 1966년생이라는 점에서 '파벌싸움' 최소화는 물론 '세대교체'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금융경영연구소와 리스크관리책임자, 미래성장총괄 등에 커리어가 집중된 점이 문제였다.

1965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인 이성욱 부사장 또한 비슷한 케이스다.

이 부사장은 이번 지주 임원인사에서도 홀로 자리를 지킨 그룹 최고의 재무 전문가로 통하지만, 부장~임원까지 줄곧 재무라인만 담당했던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간 재무·기획 출신들이 은행장 경쟁에서 가장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 수년간의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며 "임 회장이 지주와 은행의 역할을 전략과 영업으로 가르면서 우리은행장의 필수 자질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 '현직' 경영성과 보겠다…공정성·투명성 '방점'

당초 전·현직 임원들을 모두 우리은행장 후보군에 편입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현직으로 한정한 점도 특이한 부분이다.

이는 김정기 전 우리카드 사장과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김종득 전 우리종합금융 대표 등 전직 임원들이 후보에 오르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자추위는 5월 말까지 후보들의 업무성과를 면밀 검증하겠다는 목표인 만큼, 현직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편이 평가에 공정성을 유지하기 쉽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우리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은 전문가 심층 인터뷰와 평판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 총 4단계로 구성된다.

1~3단계 검증은 4인의 후보 모두가 대상이지만, 4단계 심층면접은 2차 후보군(숏리스트)으로 선정된 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자추위는 5월 말 최종 심층면접과 후보자들의 경영계획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신임 우리은행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장 선임 문제가 임 회장에게 최우선 과제로 급부상하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를 대폭 강화하는 분위기다"며 "임종룡 회장의 임기가 이제 막 시작된 데다 그간 금융당국의 지적도 많았던 만큼, 초기에 변화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간 우리금융은 올해 초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아 연임이 불가능했던 손태승 전 회장의 후임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종종 마찰을 빚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 회장 선임 과정 중에 "차기 회장 2차 후보군(숏리스트)이 일주일 만에 결정되는 과정에서 평가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 지에 대한 걱정이 있다"며 "적어도 주주가 객관적 기준을 물었을 때 사후적으로 검증 가능한 정도의 기준이나 절차가 있었어야 했는데 이번 절차가 적절한지, 시간 내에 가능했던 것인지 등은 판단하기 어려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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