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자회사 실적 효과 미미…은행 수익 전적으로 의존
상생금융 기조 속 은행 수익성 악화 '불가피'…대안 마련해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신한·KB국민·하나·우리금융 등 4대 지주의 실적 우열에 비(非)은행 포트폴리오가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증권·보험 등의 굵직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이 줄곧 4대 금융지주 중 최하위 실적에 머물고 있는 것도 정확히 이러한 이유다.

최근 정부가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이익 추구에 대해 메스를 들이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고공행진'했던 은행 부문의 수익성은 2분기부터 꺾일 가능성이 크다.

'공공성'에 대한 요구로 은행 부문의 실적이 하향 안정화 흐름으로 전환되면 향후 지주 전체 실적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에 총 9천1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천630억원이었다. 하나은행(순이익 9천707억원)과 국민은행(9천315억원), 신한은행(9천315억원) 등 경쟁사와의 순이익 격차는 1천억원 안팎에 그친 상황이다.

문제는 은행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들이었다.

우리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중 의미 있는 실적을 낸 곳은 우리카드(460억원)과 우리금융캐피탈(390억원) 정도에 불과했는데, 이들 업체도 1분기 순이익이 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리종금 또한 같은기간 8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친 상황이다.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이렇다 할 실적을 내는 자회사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경우 비은행 자회사 자체가 부족한 것은 물론, 기존 자회사들 수익성 또한 경쟁사들 대비 떨어지는 상황이다"며 "향후 은행 실적이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보험 부문이 부재한 점이 향후 경쟁력 격차를 더 벌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본사 전경>
[우리금융지주 제공]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는 하나금융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다.

1천억원 이상의 분기 순이익을 낸 곳은 없었지만, 그나마 하나증권이 834억원의 분기 순이익을 거두며 '측면지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나캐피탈 또한 656억원의 흑자를 통해 전체 실적에 힘을 보탰다.

이외에도 하나카드와 하나자산신탁 등도 200억원대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주·은행 1~2위를 놓고 경쟁 중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우리금융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이미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한 만큼 시너지 극대화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우수한 실적을 낸 KB금융의 경우 총 1천4천976억원의 순이익 중 비은행 부분이 40% 이상을 차지했다. 순이익 대부분이 은행에서 나왔던 우리금융과는 차이가 큰 셈이다.

KB금융의 경우 최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호재가 된 KB손해보험이 2천538억원을 낸 데 더해, KB증권이 1천406억원, 생명보험사인 KB라이프가 9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가장 안정적인 성과를 만들어 냈다.

아울러 KB국민카드 또한 820억원의 순이익을 보탰다.

은행 부문의 실적은 신한금융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보험사를 중심으로 자회사 대부분이 안정적인 성과를 만들어 낸 점이 '리딩금융'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1조3천880억원의 순이익을 낸 신한금융 또한 신한카드(1천667억원)와 신한라이프(1천338억원) 등이 1천500억원 안팎의 흑자를 낸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특히, 직전분기 적자를 봤던 신한투자증권이 흑자로 전환하면서 1천194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점도 전체 실적에 힘을 보탰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진화시키겠다는 목표는 대부분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취임 일성이었지만 실제로 실현된 케이스는 드물었다"며 "다만, 최근의 경영환경을 보면 비은행 포트폴리오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바뀐 분위기다"고 전했다.

4대 은행(신한금융, KB금융지주, 우리은행, 하나금융)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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