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
연간 자사주 매입 1조 넘길 듯…하나금융도 검토
우리금융은 창사 이래 첫 분기배당

5대 시중은행 로고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촬영 이세원]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선제적 충당금 확보 속에서도 역대 최대실적 행진이 이어지자, 주요 금융지주들은 최근의 상황을 '만년 저평가'의 고리를 끊어낼 기회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췄다면 주주환원 정책은 자율적 판단 하에 맡기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일관된 입장인 만큼, 손실흡수능력을 최대한 담보한 뒤 남은 여력을 주주환원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자사주 매입 1조 넘길 듯…4대금융 모두 분기배당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금융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는 실적을 통해 '리딩금융'을 수성한 KB금융의 경우, 올해 2분기 분기배당을 510원으로 확정하고 지난 2월에 이어 3천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기로 했다.

KB금융이 배당 및 자사주 매입·확대의 발판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이자이익 증가세가 2분기 들어서도 견조했던 점이 주효했다.

박용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선제적 충당금 적립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거두고 주주환원 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신한금융 또한 비슷한 행보에 나선다.

신한금융 또한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주당 525원의 분기배당과 1천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향후 금융당국이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추진 중인 정책들과 보조를 맞출 필요는 있겠지만, 일단 연초 목표로 했던 주주환원 정책 범위는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신한금융 측의 판단이다.


아울러 상반기 중 1천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던 하나금융 또한 추가 주주환원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극심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이 중요하다는 점은 하나금융의 탑 매니지먼트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3분기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은 세우지 않았지만, 하반기 상시 검토를 통해 주주환원을 제고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하반기 들어 손실흡수능력 제고에 대한 압박이 더 커지더라도 올해 금융지주들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1조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만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3천억원씩, 하나금융은 1천500억원, 우리금융은 1천억원 등 8천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선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경우에는 첫 분기배당 도입하면서 주주환원 행보에 동참 중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4월 1천억원대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한 데 이어, 2분기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배당으로 180원을 확정했다.

선제적 충당금 확보 등의 부담으로 상반기 실적은 소폭 둔화했지만, 연초 세웠던 주주환원 정책을 최대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게 우리금융 측의 입장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은행권들이 연초 약속했던 주주환원 정책들은 2분기에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엔 지방 금융지주들까지도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는 점 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호실적에 주주환원 늘렸지만…하반기 당국 압박 '변수'

전문가들은 '만년 저평가'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된 데 더해, 지난해 말부터 얼라인파트너스 등을 중심으로 자본배치 정책과 관련해 조언을 지속했던 점들이 최근 은행권의 주주환원 기조를 바꿔놓고 있다고 보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대외적인 요구가 금융당국 눈치를 보느라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지 못했던 금융지주들에게는 일종의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주요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한 자본 비율 규제 강화를 추진 중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은행 리스크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내년 5월부터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완충자본과 특별대손준비금 등 '자본확충 3종세트'를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이는 주주환원에 앞서 예상보다 더 보수적으로 손실흡수능력을 담보하라는 의미다.

특히, 전 은행권이 각각 경기대응완충자본을 1%씩 추가로 쌓아 현재 버퍼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은행권 전체에는 최대 19조원 안팎의 자본적립 수요가 발생한다.

올해 상반기에 각 지주들이 충당금 적립액을 선제적으로 2배로 늘린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만큼 주주환원 여력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고금리 기조가 여전한 만큼 향후 예상하지 못했던 연체율 증가 등의 추가 리스크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태경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융당국의 자본확충 스케줄에 따라 향후 1% 수준 정도의 CET1비율을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고, 이 과정에서 이번 자사주 매입 규모를 500억원 정도 낮췄다"며 "다만, CET1비율이 13%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경우 연초 계획했던 주주환원정책을 계속 실행하겠다. 지난달 말 기준 12.95%인 만큼 5bp가량 추가 달성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j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3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