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후보 검증 과정 본격화…부회장 3인 경합
외부후보 2인 익명 도전…레이스 완주 여부 '촉각'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수용 기자 =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군 6명이 공개된 가운데 예상대로 내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양종희·이동철·허인 등 KB금융 부회장 3인방과 박정림 총괄부문장(KB증권 대표)까지 4명이나 포함되면서 유력 후보군을 구성했다.

윤종규 회장이 오랜 기간 안정적인 경영 승계 작업을 진행해온 만큼 '준비된' 내부 출신 인사들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외부 출신 2명은 본인의 요청에 따라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크호스'로 떠올라 최종 후보로 선정될 가능성이 작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숏리스트)에 오른 6명은 박정림 총괄부문장과 양종희·이동철·허인 부회장, 외부 인사 2명이다.

윤종규 회장은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제외됐다.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후보. (왼쪽부터) 양종희·이동철·허인 부회장과 박정림 KB증권 대표.

 


◇'4인4色' 내부후보 4인의 면면은…"누가 돼도 문제없어"

부회장 3인방과 박 부문장은 시장에서 예상한 인물들로 이변 없이 숏리스트에 올랐다.

KB금융은 2018년부터 'CEO 내부 후보자군(롱리스트)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후계자 양성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3인 부회장은 매년 업무 분장을 순환하면서 차기 회장으로써의 자질을 검증받아왔다.

3인 부회장은 1961년 동갑내기지만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다.

가장 먼저 부회장직에 오른 양종희 부회장은 윤 회장과 마찬가지로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그는 윤 회장이 지주 부사장을 지낼 때부터 손발을 맞춰온 인물로 오랜기간 투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 시절 LIG손해보험(현 KB손보)을 성공적으로 인수했고, KB 출신 첫 사장 자리에 올라 5년동안 보험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었다.

인수·합병(M&A) 뿐 아니라 경영자로서 능력도 인정받으며 계열사 사장으로는 이례적으로 3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양 부회장은 윤 회장과 가장 많이 닮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야가 넓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인물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탈권위적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이 부회장은 내부 후보군 중 가장 업무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은행은 물론, KB생명보험 부사장과 KB국민카드 사장을 맡으며 사업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쌓았으며 지주에서 전략총괄 부사장을 지낸 전략통으로 2000년 국민·주택은행 합병, 2003년 인도네시아 BII 인수,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 등 굵직한 M&A를 주도하기도 했다.

글로벌 업무 경험을 갖춘데다 로펌 및 컨설팅사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순간적으로 그룹의 힘을 직결시키는 능력이 탁월해 조직 장악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허 부회장은 유일한 은행장 출신 후보라는 게 최대 강점이다.

KB국민은행 설립 이래 최초 3연임에 성공한 은행장으로, 리딩뱅크를 탈환한 성과로 그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기본'을 중시하는 소신있는 경영으로 뛰어난 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를 비껴갔다.

첫 장기신용은행 출신 은행장으로 중립적이라는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서울대 법대 80학번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1년 후배라는 점이 부각되며 일찍감치 주목받았다.

올 초 금융위원회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직접 참석해 금융사의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견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차기 회장 레이스에서도 한발 앞서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부문장은 자산 관리 전문가로 국내 증권업계 첫 여성 CEO다.

윤 회장처럼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지만 2004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뒤 돋보적인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여성 최고 자리까지 올랐다.

악바리 같은 근성을 갖췄으며 업무 파악이 빠르고 사람 관리, 소통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다. 금융권 마당발로도 통한다. 디테일에 강점이 있어 업무 처리와 주변 관계에서도 꼼꼼하게 대응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면 여성 최초 금융지주 수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다.

◇외부후보자 2인 비공개…그룹 순항에 부담 클 듯

관심은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외부 후보 2명이다.

이들은 KB금융이 지난 6월말 내부·외부출신 후보 각 10명씩 총 20명으로 구성한 롱리스트에 속해있던 인물이다.

KB금융은 2019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평가데이터를 기반으로 롱리스트를 추려 회장 후보군을 관리해오고 있다.

외부 후보군에는 CEO급 전직 금융인과 관료 출신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측은 본인 요청에 따라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과 맞닿아있는 인물이 막판 급부상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낙하산·관치 논란을 의식한 익명을 요구가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KB금융이 지난 9년간 경영승계프로그램을 탄탄히 운영해 온 데 대한 결과를 평가받을 시점에서 외부 출신 인사가 적극 뛰기도 부담스러운 분위기라는 게 대체적이다.

과거 낙하산 회장·행장과 관치금융으로 몸살을 앓아온 KB는 윤 회장 취임 후 지난 9년간 안정적 지배구조 완성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2020년 부회장직을 신설할 때부터 꾸준히 승계수업을 받아온 내부 후보 4인을 넘어설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전직 KB출신(OB)들이 이번 정권에 줄을 대고 열심히 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정치적 배경이 있는 인물이 숨어있다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하지만 외부 출신 후보조차 수년간 회추위에서 검증받은 인물 중에 선정된 만큼 과거처럼 낙하산 인사로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이번 회장 레이스가 시작될 때부터 부회장 3인 중심의 경합 구도가 굳어진 만큼 외부 인사들도 '들러리' 서느니 나서지 않거나 익명을 보장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면서 "외부 후보에 크게 무게를 둘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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