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농산물 가격 등 생활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특단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반면 물가안정이 본연의 책무인 한국은행에서는 통화정책 피벗 논의가 부상하는 등 물가에 대한 긴장이 한층 옅어지면서 대비를 이룬다.

재정지원 등 미시적인 대책일 수밖에 없는 정부 주도의 물가 누르기는 결국 물가의 목표 수렴을 더 늦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뒤바뀐 정부와 한은…윤 대통령 '특단 물가 대책'

19일 정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일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주재한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물가의 하향 안정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면서 특단의 물가 대책을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부처는 물가 안정을 위한 지원 대책을 줄줄이 내놨다. 우선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과일 등 농산물 긴급가격안정자금의 집행을 서두른다. 4월까지로 예정됐던 적용기관도 필요시 연장하겠다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관세 인하 대상 수입과일 품목을 늘리고, 양은 무제한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국제유가 불안이 지속된다면 유류세 인하를 4월 이후에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중 공공요금 동결 기조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방위 재정과 세제 지원으로 당면한 물가 압력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것이다.

반면 궁극의 물가 당국이라고 할 수 있는 한은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가 연말께 목표로 수렴할 것이란 자신감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2월 금통위에서는 또 한 위원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2월 금통위 전반적으로도 향후 금리 인하의 조건이 핵심 의제로 다뤄지는 등 본격적으로 통화긴축 완화로의 모드 전환이 이뤄지는 중이다.

정부와 한은의 이런 '엇박자'는 최근 물가가 농산물과 유가 등 단기 변동성이 큰 품목 위주로 높다는 점에 기인한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3.1% 올라 1월의 2.8%보다 높아졌다. 신선과일지수가 41.2% 급등한 영향이 컸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2.5% 올라 1월 수준을 유지했다.

식료품 등의 항목은 단기 변동성이 큰 데다 공급측 요인에 큰 영향을 받아 통화정책 대응이 어렵다. 그런만큼 한은이 최근의 물가 상황 탓에 완화 논의로 돌아선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결국은 땜질 처방…이른 '피벗' 경계 목소리도

통화정책의 직접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의 재정 및 세제 지원 위주의 물가 잡기가 초래할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가격할인 등 재정지원은 결국 수요 촉진 정책이다. 원칙적으로는 물가 압력을 낮추는 대응이 아니다.

유류세 인하나 공공요금 동결 정책도 가격이 높다면 위축될 수 있는 수요를 지속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단기적으로 물가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겠지만, 오히려 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시기를 늦출 수 있는 대책이다. 전기요금 인상 억제 과정에서도 이런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정부의 인위적인 '붙잡기'가 물가 상황에 대한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권시장의 한 딜러는 "정부가 재정지원으로 물가를 묶어두면 경기 활성화를 위한 금리 인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면서 "기저의 물가 압력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 상황에 대해 한은이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섣부른 통화완화로의 전환은 물가의 재상승 위험을 키울 수 있는 탓이다.

미국의 근원물가는 전년동월비로 4% 부근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월 대비로는 지난해 말부터 다시 상승폭을 확대하는 중이다.

전직 통화당국 핵심 관계자는 최근 "팬데믹과 전쟁 공급망 교란 충격 요인이 지표에 미치는 영향이 해소됐지만, 여전히 높은 임금 등에 따른 물가의 재상승 위험도 상당하다"면서 "물가의 2차 상승 파동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사과 물가 점검 나선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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