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총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은혜 후보자를 개별적으로 면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인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적극적인 정보 공개에 이목이 쏠린다.

연준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의장의 하루 일과표를 시간대별로 공개하고 있다. 주요 인사와의 면담 혹은 전화 통화까지 공개한다.

21일 연준의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 1월까지 제롬 파월 의장의 '일과표(Chair Powell's calendar)가 공개되어 있다. 일과표는 월간 단위로 공개된다. 파월뿐만 아니라 전임자인 제닛 옐런 현 미국 재무장관 일과표도 확인이 가능하다.

제롬 파월 의장의 1월 일정표 중 일부
연준 홈페이지

의장의 일과표에는 매일매일의 주요 일정이 시간대별로 표시된다.

예를 들어 지난 1월17일 파월의 일과를 보면 오전 7시 30분에 이사진과 아침을 먹고 9시부터는 지역 연은 총재들과 화상회의를 했다. 10시부터 11시까지는 연준 직원들과 미팅하고 11시 15분부터 11시 45분까지는 마이클 로버트 HSBC 미국 최고경영자를 면담했다.

점심은 이사진 및 직원과 먹고, 오후 2시부터는 국회에서 브라이언 스테일 의원 과에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을 만났다.

오후 4시부터 4시 30분까지는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과 화상회의를 했다.

지난 1월17일 파월 의장 일정
연준 홈페이지

파월 의장의 다른 날 일정들을 살펴보면 옐런 재무장관과의 면담이나 미디어와 미팅 등의 일정이 상세하게 포함된다. 주요 금융사 수장과의 전화 통화나 식사 일정도 공개되어 있다.

중앙은행은 다른 어느 기관보다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된다. 국가 경제의 장기적인 흐름을 정하고,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탓이다.

연준의 엄격한 정보공개도 의장이 언제 누구를 만나는지 투명하게 밝혀서 금리 결정에 대한 잡음의 소지를 없애자는 차원이다.

연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통화정책 전문가인 김진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정책과 관계가 없는 완전히 사적인 만남이거나 법에서 예외를 인정한 사유를 제외한 의장 일정은 공개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은의 총재 일정은 '비밀' 그 자체다. 한은 홈페이지에는 총재 혹은 금통위원의 일정을 별도로 공개하는 공간이 없다.

한은은 출입기자단에 총재의 대외 일정을 일부 알리기는 하지만, 극도로 제한적이다. 거시경제금융회의나 한은이 주관하는 세미나 등 보도가 예정된 일정을 알리는 정도에 그친다.

총재가 일과 중에 누구를 만나 의견을 나누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일절 밝히지 않는다. 심지어 총재가 참석해 강연까지 하는 외부 행사도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논란이 되는 김 후보자와 이 총재의 면담도 김 후보자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홍보하면서 알려졌다.

한은은 이 총재가 평소에도 활발하게 외부와 소통하는 가운데, 김 후보자와 면담 자체가 선거운동에 활용되면서 논란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금리 정책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해도 외부와 의견을 나누는 것 자체는 이상할 게 없다는 견해도 엿보인다.

이에 총재의 외부 면담 등을 연준과 같이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어느 한 측 의견만 치우치게 듣는다거나, 모종의 '뒷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 자체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보를 공개하면 총재가 누구를 만났다는 것이 논란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렇게 다양하게 만나 의견을 듣는다는 점을 드러내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면서 "공개의 범위를 보다 확대하는 것이 방향은 맞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연준의 경우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을 따라 공개하는 만큼 한은의 경우도 관련한 법이나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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