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성장을 못 해도 국민이 용서를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못 잡으면 국민이 용서를 못 한다. 이런 것을 신경 써야 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들었던 조언이다.

물가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가파르게 뛰다가 안정화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 일부 품목의 물가가 급등해 민생에 부담을 주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뛰어 오르는 물가는 결국 정부에도 최대 숙제가 되고 있다.

2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긴급하게 장바구니 물가를 살피기 위해 현장을 찾고 대책을 논의하는 민생경제점검회의 일정을 가졌다.

농산물 중심의 심상치 않은 물가 급등으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상황을 점검하고 범부처 대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농산물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이라고 했고,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도 "전 부처가 경각심을 갖고 물가 2%대 조기 안착을 통해서 민생이 안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 2월 물가 추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1% 오르며 1개월 만에 3%대 상승률로 되돌아갔다.

신선식품 가격이 무려 20% 폭등하면서 물가 상승세를 부추겼다. 신선식품 물가는 3년 5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사과(71.0%)와 귤(78.1%), 토마토(56.3%), 파(50.1%), 딸기(23.3%), 배(61.1%) 등 채소·과일값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그 결과 신선과실은 41.2% 치솟으며 32년여 만에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고, 신선채소도 12.3% 뛰었다.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공교롭게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긴급하게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물가 부담이 총선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다급함도 엿보인다.

사실 윤 대통령은 물가가 민심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인수위 당시 받은 바 있다.

김형태 김앤장 법률사무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수위 워크숍 특강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화하는 당시 흐름에 대해 언급하며, 과거 우리나라에서 석유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생필품을 사재기했던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면서 "아랍의 봄을 민주화 운동이라고 하지만 물가가 올라가고 식료품값이 올라서 발생한 것이고, 카자흐스탄에서도 유가가 올라 소요가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100% 진다고 생각하는데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정치적 파괴력이 있다"고 했다.

물가가 민심, 즉 표심에도 상당히 치명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마치 김 이코노미스트가 예견한 듯이 정확히 2년 뒤인 현재 정부는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물가가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이에 각 부처는 연일 대책을 내놓고 현장을 살피고 있으며, 대통령 참모들도 언론에 등장해 안심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홈페이지의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를 통해 사과 등 농산물 가격 상승이 대책 부족 때문이 아니라 기상 재해로 인한 생산 감소 때문이라는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수치, 근거와 함께 조목조목 사과값이 오른 배경을 짚어주고 사과 가격이 다른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점, 전 세계적인 고물가 흐름 속에 우리나라가 선방하고 있다는 점 등도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긴급하게 가동한 대책들이 잘 작동하고 있으며 물가가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할 것이란 입장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KBS 방송에 출연해 "신선식품 수급 개선이 중요해 개선 노력이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 14~15일 정도를 계기로 주요 품목의 가격 하락이 시작됐고 18일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지난 20일 KBS 방송에서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 물가가 평년 수준으로 안정화할 때까지 무기한, 무제한 재정을 투입할 방침"이라며 물가 안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대통령실은 "전 부처의 물가 안정 총력 대응으로 물가 상승률이 2%대로 하향 안정화할 전망"이라며 "올해 말 2%대 초반까지 도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모두 현재 나타난 장바구니 물가 급등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적절한 대응책으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것임을 시사한다.

다만, 2월 물가의 파장이 컸던 만큼 총선을 앞두고 내달 초 발표될 3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의 물가 총력전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으로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지난해 8∼12월 3%를 웃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2.8%) 2%대로 떨어졌지만, 한 달 만에 3%대로 올라섰다. zerogroun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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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현장 점검 나선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과일 매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할인 지원 사과를 살피며 과일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2024.3.1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hi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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