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한재영 기자 = 저금리ㆍ저성장 내풍에 유럽발 재정위기 외풍까지.

어려웠던 한 해를 보낸 금융 유관기관장들과 은행, 증권, 보험 등 업계 대표들이 계사년(癸巳年)을 맞아 새 의지를 다지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3일 은행연합회가 주관한 '2013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가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석동 금융위원장,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금융권의 위기'가 화두였다.

저성장 국면을 맞이한 금융권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대한 얘기가 주로 오고 갔다.

김석동 위원장은 "긴장을 늦추면 힘들게 이룬 성과가 허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권혁세 원장은 "긴장의 끈을 더욱 조이고 대응 태세를 철저히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은 건배사로 '일자리 창출, 내수 진작, 금융산업 발전'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석동 위원장과 하우스푸어 등 가계부채 해결 대책에 대한 인식이 갈린다는 지적을 의식한듯한 권혁세 원장의 언급도 있었다.

권 원장은 행사 직전 기자들과 만나 "(연설 담당) 자문관이 신년사를 아주 자세히 썼더라"라며 "나도 언론에 나온 걸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지난해 31일 신년사를 통해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해 연체된 가계대출 채권을 사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김석동 위원장은 같은 날 금융위 기자단 송년 모임에서 "일방적인 정부 재정투입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나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금융당국 수장의 의견이 갈린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트러스트 앤 리스백(trust and leaseback) 제도 등 하우스푸어 대책을 적극 추진했던 우리금융의 이팔성 회장은 김 위원장과 권 원장의 의견이 엇갈리는 데 대해 기자에게 "결국에는 정부 재정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 등을 통한 경기 보완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만 추경 편성 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 골격은 다음 정부가 결정할 것으로 생각하고, 현 정부는 남아있는 50일 정도 동안에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조기집행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중수 총재는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 회복 지원에 중점을 두고 통화신용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한은은 물가 및 금융의 안정 기반을 확고히 유지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통화신용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통화신용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는 한편 기준금리 이외의 정책수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정훈(새누리당) 국회 정무위원장은 "과거처럼 금융회사가 예대마진이나 수수료 수익과 같은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전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권도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회사가 리스크 관리는 해야겠지만 경제 약자에게서 빼앗는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를 해서는 안 된다"며 "새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 약자 배려를 위해서라도 더 큰 우산을 펼쳐달라"고 주문했다.

투자여건 위축에 대한 금융권의 조심스런 태도도 엿볼 수 있었다.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은 "국내 투자 여건은 어려워 해외 부동산 쪽에 컨소시엄 형태로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모하게 직접투자에 나서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금융투자업계 주요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김석 삼성증권 대표와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대표를 비롯해, 윤용암 삼성자산운용 대표,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대표,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운용코리아 대표 등 운용사 대표들도 새해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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