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쓸어담으면서 달러-원 환율도 크게 내렸지만,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환전물량 유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매매 물량이 통상 현물환 수급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과 최근 외국인이 주식자금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통해 조달하는 점 등이 현물환 매도물량이 크지 않은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프로그램 매매와 NDF를 통한 매도 물량 등을 고려하면 외국인 주식 순매수 자금 유입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5조7천억원 폭풍매수 했지만.. =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달 들어 전일까지 총 5조6천950억원 가량의 국내 주식을 쓸어담았다. 전일까지 이번주 평균환율 1,124원을 적용하면 50억달러 가량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대규모 매수에도 환시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외국인 주식 순매수에 따른 달러 수요가 순매수 규모만큼 눈에 띄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시창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원화계정 묵혀두었던 자금 재투자설, 채권 만기자금 이동설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프로그램 거래 및 NDF 거래 고려해야 = 그러나 일부 딜러들은 외국인의 현선물 가격차를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 및 NDF 거래를 통한 환전 등을 고려하면 환전 물량이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연합인포맥스 '투자자별 프로그램 매매 현황(화면번호 3271)'에 따르면 1월 들어 전일까지 외국인의 프로그램 차익거래 순매수는 1조5천500억원 가량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의 27%가량에 달하는 규모다.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제외하면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37억달러 가량으로 줄어든다. 통상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현선물 가격차를 이용한 거래로 환변동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스와프시장에서 원화를 조달하는 만큼 현물환으로 유입되지 않는다.

이를 제외하면 통상적으로 외국인 주식 현물 매매의 60~70%가량이 환시에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NDF 시장 통한 환전도 증가세 =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이 현물환 시장에서 환전이 아니라 주식 매수 후 NDF를 우선 매도하고, 주식 결제일에 맞춰 스와프거래(현물환 셀, ND선물환 바이)를 체결함으로써 환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펀드는 결제일 동안 환변동 위험을 헤지하고, 역외시장 등에서도 원하는 환율에 원화를 환전할 수 있다. 반면 환시 참가자들이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커스터디 물량이 아니라 단순 역외 거래로 인식할 수는 만큼 주식 순매수에 따른 환전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달 들어 25~30억달러 가량의 환전 물량이 환시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프로그램 매매와 NDF거래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 순매수 규모에 걸맞은 수준으로 환전 물량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A은행의 한 딜러는 "과거처럼 주식 물량이 소수의 특정 커스터디 은행으로 집중된다는 통념을 버려야 한다"며 "최근 달러 하락 과정에서 역외 환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마(MAR) 시장 호가가 눌리는 상황도 같은 맥락이다"고 설명했다.

▲원화계정 재투자는 '낭설' = 한편, 환시에서 끊이지 않고 있으나 외환당국은은 외국인 원화계정을 이용한 재투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지난 11월 기준 외국인의 원화예금 잔액이 전년말 6조6천억원보다 4조원 이상 늘어난 10조8천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근거로 외국인이 원화계정을 통한 주식을 매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지난해 외국인 원화예금이 급증한 것은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 예치에 따른 결과일 뿐이란 입장이다. 지난해 말부터 멜라트은행의 외국환거래가 정지되고 대이란 무역거래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해 원화로 이뤄지면서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예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에 따른 자금은 원화계정을 잠시 거쳐가는 개념이다"면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화예금 통계에 포트폴리오 투자는 거의 잡히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B은행의 한 딜러는 "일부 원화계정에 보유 중인 자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11거래일 연속으로 5조원 이상 대규모 매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규모가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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