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환웅 오진우 기자 =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금융을 독자적인 산업으로 존중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융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분과위별 현장방문 일정을 보면, 외교국방통일분과위가 오는 24일 경기도 연천의 전방부대를 방문하는 것을 필두로 경제2분과는 31일 지방 중견기업을, 경제1분과는 다음달 1일 전통시장 및 신용회복위원회를 방문한다.

신용회복위원회가 가계부채 등 개인 금융과 관련된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감원이 업무보고 대상에서 배제된데 이어 금융업계는 현장방문 일정에도 포함되지 못한 셈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금융이나 자본시장은 현장 방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금융시장 이런 데는 굳이 안가봐도 얼마든지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꼭 우리가 눈으로 봐야 될 그런 부분을 골랐다"고 말했다.

지난 16일의 "금감원에 대한 업무파악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대부분 포함돼 굳이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말과 '직접 접할 이유가 없다'는 표현에서 금융에 대한 인수위의 인식 수준을 엿볼 수 있다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일부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인수위가 금융을독자적인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 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분과위별로 진행되는 정책 전문가 간담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수위는 업무보고 이후 지난주 말부터 각 분과별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있다. 경제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경제1분과는 지난 18일 거시경제 분야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한 데 이어 이날 금융분야 간담회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 간담회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금융연구원(KIF) 소속 교수 등 학계 인사 위주로 진행될 뿐 금융산업 현업 종사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수위의 이같은 행보는 5년전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원회와 대조되면서 금융업계의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가 가동되는 동안 금융시장을 직접 체험한 금융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고 질문을 쏟아낸바 있다. 당시 간담회에는 학계뿐 아니라 일선 딜러 출신의 외은지점 대표와 투자은행업계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증권사 대표 등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했고, 간담회 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겼다.

18대 인수위의 이같은 '금융 홀대' 행보에 은행연합회 등 개별 금융협회들은 최근 업계의 요구사항을 모아 인수위원회에 서한 형식으로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명박 인수위 때는 세세한 사항을 건의했다"며 "이번에는 금융업이 저성장ㆍ저금리로 어려움에 처해있어 자잘한 것보다는 금융을 보는 인식을 달리해달라고 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업은 80만명이 종사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 건전성이 악화되면 실물 사업 지원에도 한계가 생기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수위가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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