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업황 침체와 잠재 부실 반영 등으로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회사 경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은 수십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 10위권 건설사 중 지난해 영업손실을 입거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한 건설사는 8개에 달했다. 코스피 상장사 6개 건설사 중 4개 건설사의 주가가 지난해 말 연초대비로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GS건설이 48.9% 하락하면서 반토막났고, 대우건설과 현대건설도 지난 한해 동안 주가가 각각 27.3%와 15.6% 하락했다.

지난해 대우건설과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은 영업손실을 입었고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롯데건설, 한화건설은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GS건설은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9천354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고 SK건설이 4천905억원, 대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각각 2천446억원과 1천47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업황 침체로 영업 이익을 낸 것만으로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부진한 사업장의 손실을 반영한 대림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1.8% 줄어드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롯데건설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0.6% 줄었고 한화건설은 절반 수준인 53.7%,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18.5% 감소한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만이 업황 침체의 여파를 피해간 가운데 시공능력 11위인 삼성엔지니어링도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입는 등 대다수의 건설사들이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건설사들의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지만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CEO와 오너들의 연봉에서는 실적 부진의 여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엔지를 포함한 11개 건설사들이 공개한 임원들의 평균 보수는 16억1천400만원이었다. 일부 퇴직 임원의 퇴직금을 제외한 평균도 11억7천300만원을 나타냈다.

퇴직금을 제외한 수치를 기준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52억5천200만원으로 오너 임원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한화건설의 영업이익은 704억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김 회장의 연봉 비율은 약 7.5%나 됐다. 정연주 전 삼성물산 부회장이 34억1천700만원으로 전문 경영인 중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했는데 영업이익 대비 퇴직금을 제한 연봉 비율은 0.78%를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 손실고백으로 3천2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냈던 대림산업의 오규석 사장은 지난해 6억7천1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사업장의 손실 반영으로 지난해 대림산업은 39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는데 영업이익 대비 오 사장의 연봉비율은 1.69%였다.

마찬가지로 작년 4분기 약 4천5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대우건설의 서종욱 전 대표이사는 6개월간 3억원의 보수를 받아 1년으로 환산하면 약 6억원의 보수를 받아갔다.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낸 GS건설의 허창수 회장은 17억2천700만원의 연봉을 받았고 실적악화의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허명수 부회장은 6억3천800만원을 수령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영업손실을 입은 SK건설의 최창원 전 부회장은 퇴직금 51억5천만원을 포함한 61억4천700만원을,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은 15억6천만원을 받아가는 등 오너들이 받아간 보수는 전문경영인을 웃돌았다.

다만 SK건설은 최 전 부회장이 지난해 보수와 개인자산을 포함해 205억 규모의 SK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564억원 규모의 보유주식을 SK건설에 무상증여하는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부진에도 수십억원의 보수를 받는 건설사 임원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도 임원에서 물러나는 등 책임을 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사내 위화감이 조성되거나 유능한 인재의 영입이 어려워지는 등 연봉 공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증권사 건설 부문 애널리스트는 "경영의 책임을 져야 할 임원진들이 영업적자나 영업익 감소 등 실적 부진에도 두둑한 연봉을 받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전문경영인의 경우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비난만 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연봉공개로 사내 위화감이 조성되고 노사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액 연봉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유능한 인재 영입이 어려워지는 점은 회사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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