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신윤우 기자 = 한라그룹이 만도의 제조사업 부문을 독립시키고 지주회사체제를 도입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경영난에 빠진 한라(구 한라건설)를 살리고 정몽원 회장의 친정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지만 관련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등 시장의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다.

9일 만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한라마이스터를 신설되는 지주회사 한라홀딩스(가칭)에 넘긴다. 한라마이스터는 한라(구 한라건설) 지분 15.86%를 보유한 자동차부품ㆍ건설자재 유통전문 계열사다.

이에 따라 한라홀딩스는 한라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기존 '한라→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로 돌아갔던 순환출자 고리에서 '한라홀딩스→한라마이스터→한라'라는 축이 생긴다.

전문가는 이 시점에서 한라홀딩스와 한라마이스터의 합병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한라마이스터는 100% 자회사여서 추가 소요되는 자금은 사실상 없다. 또는 한라마이스터가 한라홀딩스에 한라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고 궁극적으로 한라홀딩스와 한라가 합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번 만도의 지주회사체제 도입이 한라를 지원하기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만도는 자회사인 한라마이스터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한라에 3천385억원을 지원했는데 이번 기업분할이 지난해 한라 수혈의 '데자뷰'가 되면서 전날 만도 주가는 14.81% 하락하며 거래 제한 폭까지 밀렸다.

올들어 상승 흐름을 나타내던 만도 주가는 전날 장 시작과 동시에 갭 하락한 뒤 종가 기준 연 저점인 11만5천원에 장 마감했다.





<2014년 만도 주가 동향>

만도는 이번 분할에서 현금성 자산 5천100억원 중 4천500억원을 한라홀딩스로 배정했고 기업공개(IPO)가 검토되고 있는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도 한라홀딩스로 귀속됐다. 또 차입금이 한라홀딩스에 3천888억원이 배정된 반면 만도는 현금 510억원을 배정받고 차입금 8천923억원을 떠안게 됐다.

만도가 국내외에서 양호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해도 한라홀딩스에 힘을 실어준 분할로 결국 합병을 통해 한라를 지원하는 구조를 만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지속되고 있다.

한라와의 합병시 한라홀딩스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과 이익잉여금(1조원)은 재무구조가 악화한 한라에 도움이 된다.

A증권사 연구원은 "지주회사 체제가 갖춰지면 만도가 한라를 지원하기가 더욱 힘든 구조가 된다"며 "만도가 마지막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노력 중인 한라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대로라면 정 회장의 한라그룹에 대한 장악력도 높아진다.

한라홀딩스가 한라와 합병하면, 기존 한라의 최대주주(23.58%)였던 정 회장이 보유할 수 있는 한라홀딩스의 지분이 더욱 많아진다.

정 회장은 보유한 만도 지분을 한라홀딩스 지분과 스와프해 지배력을 더욱 높일 가능성도 나온다.

B증권사 연구원은 "한라와 한라홀딩스가 합병하면 만도에 대한 지배권은 한라홀딩스로 넘어오게 된다"면서 "정 회장은 한라홀딩스만 장악하면 만도도 지배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라그룹 관계자는 "아직 제조 부문 분할에 대한 사항만 결정됐을 뿐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대해선 논의 중이다"며 "7월 예정인 주주총회를 거쳐야 구체적인 사항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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