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국민 우롱한 모럴헤저드의 전형"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 금융감독원이 초유의 개인정보유출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박상훈 전 롯데카드 사장과 김상득 전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사장에 대해 중징계를 예고한 가운데 이들이 소속 회사 고문으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자리를 보존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박상훈 전 사장은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지난 2월20일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21일 박 전 사장은 롯데카드 비상근 고문직 자리를 꿰찮다. 계약기간은 1년이다. 연봉은 2억8천600만원에 달한다.

김상득 전 KCB 사장 또한 지난 3월31일 퇴직하고, 바로 다음날인 4월1일자로 1년간 KCB의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됐다. 연봉은 1억6천만원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22일 "박 전 사장과 김 전 사장이 고문직을 유지하는 것은 책임지는 자세도 아닐 뿐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 전 사장과 김 전 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한 회사(그룹) 또한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한 장본인들이 뒤로는 자리를 보존하고 억대 연봉을 챙기는 행태를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국민적 비난을 떠나 업무상 중과실 등의 책임을 사퇴한 기업의 CEO가 회사경영에 대해 자문을 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신뢰를 먹고 사는 금융인의 자세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보유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심재오 KB카드 사장과 손경익 NH카드 사장은 소속 회사 고문으로 위촉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박상훈 사장과 김상득 사장이 자리에 물러난 상태지만 이른 시일 내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금감원에서 박 전 사장과 김 전 사장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면, 두 사람 모두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그러나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관련법규상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고문 위촉과 관련한 규정이 없어 이들이 중징계를 받더라도 법적으로 금융당국이 제재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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