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이후에도 여전히 이사회 구성에 있어 사내이사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국내 지주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김정태 회장 1인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임시주총에서 자회사인 KEB하나은행의 이사회 구성을 확정하면서 함영주 행장과 김광식 감사를 새로운 사내이사로 선임했지만, 지주회사는 따로 추가 선임이 없었다.

KEB하나은행 사내이사였던 김한조 당시 외환은행과 김병호 당시 하나은행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여전히 지주 이사회 구성에 있어 사내이사는 김정태 회장이 유일하다.

두 부회장은 KEB하나은행의 비상근상무이사직만 맡고 있다.
하나금융을 제외한 타 지주사나 은행 가운데 사내이사 1인을 두는 사례는 없다.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과 이홍 KB국민은행 부행장이, 신한금융지주는 한동우 회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사내이사다.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과 이동건 수석부행장, 기업은행은 권선주 행장과 박춘홍 수석부행장이 사내이사 2인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하나금융 이사회에도 복수의 사내이사가 참여한 적이 있다. 하나금융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김 회장을 비롯해 최흥식 사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등 4명의 경영진이 지주사 이사회에 사내이사로 참여했다.

그러다 작년 3월 김 회장이 지주사 사장직을 없애고 김종준, 윤용로 행장을 등기이사에서 제외시켜 버리면서 1인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복수의 사내이사 체제는 작년 'KB사태'를 겪으면서 중요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당시 임영록 회장이 중징계로 한 달 가까이 경영공백을 겪으면서 주요 경영사안 처리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작년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발표하면서 '이사회 내부규정에 최고경영자 사고 등 비상상황 발생시 대행자 선정 신임후보 선임 등 비상계획을 포함시킬 것'을 규정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이를 사내이사를 확대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으나, 하나금융은 사내이사를 확대하기는 커녕 1인 사내이사 체제를 고수한 것이다.

1인 사내이사 체제는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넓히려는 목적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두 은행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조직 슬림화 작업을 하면서 사내이사 수가 줄어든 것 뿐"이라며 "지배구조 리스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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