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이윤구 기자 =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파격적인 예금ㆍ대출 금리를 내세워 시중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산업은행의 예금 금리 인상과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 조정을 고육책 또는 시장 교란 행위라고 비판하면서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3일 산업은행은 오프라인 영업점을 통해 연 2% 금리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상품인 'KDB드림어카운트'를 오는 9일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는 연 0.1~1.5%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작년 9월 연 3.5%의 파격적인 금리를 내세운 수시입출금식 온라인 예금상품 'KDB다이렉트'를 출시해 시중자금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

기업은행은 다음 달 초부터 중소기업 대출금리 상한을 연 12.0%에서 10.5%로, 중소기업 연체대출최고금리를 연 13.0%에서 12.0%로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연체대출최고금리는 연 18% 안팎 수준이다.

은행권에선 산업은행의 행보에 대해 지점수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역마진을 부를 수 있는 고육책을 택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기업은행에 대해선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을 지원해 주는 프리워크아웃 제도 등이 있음에도 위험에 기반해 가격을 책정하는 원칙을 무시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그러나 금리 조정은 고육책이나 시장 교란 행위가 아닌 금리 실험이라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 한 곳당 운영비용은 20억~30억원 수준"이라며 "산업은행은 지점이 68개에 불과해 지점 운용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고객에게 높은 금리를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초 지점수를 200개까지 늘릴 계획이었지만, 다이렉트 쪽에서 성과가 나와 목표치를 135개로 낮췄다"며 "다이렉트 상품은 시중은행이 주장하는 미끼 상품이 아닌 스마트금융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트렌드"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성장하려면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할 때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이를 조달할 길이 있어야 한다"며 "기업이 어려울 때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게 기본 취지"라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

국민은행은 영업환경과 전략에 차이가 있어 산업은행의 다이렉트 상품에 직접 대응하는 상품을 개발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8~9월에 스마트브런치를 개설할 예정이지만 산업은행처럼 파격적인 금리를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게 내부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중소기업을 위한 특화대출상품을 출시했고, 하반기에도 금리 우대 등을 포함한 중소기업 여신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개인고객은 프라이빗뱅킹(PB)을 통해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중소기업 대출은 시장과 기업 상황에 맞춰 능동적으로 금리 인하를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hylee@yna.co.kr

yg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