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 이란 중앙은행(CBI)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개설한 무역결제 계좌의 금리를 올려주지 않으면 예금 전액을 찾아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이렇다 할 입장이나 중재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오히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이란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전달하면서 대책 마련에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가 이번 CBI의 예금 금리 요구에 침묵하는 것은 재정부와 CBI간 맺은 협약 때문이다.

2010년 미국의 대(對)이란 금융제재로 달러 송금이 어렵게 되자, 양국 정부는 원화 계좌를 개설해 수출입 자금을 결제키로 합의했다.

합의 과정에서 재정부와 이란 정부는 원화 계좌에 대한 운영과 내역 등을 일체 비밀로 하기로 했다.

사실상 예금 금액까지도 해당 은행은 재정부에만 보고토록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금융위가 이번 CBI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은행권도 금융위가 아닌 재정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면서 금융위가 나설 운신의 폭도 좁은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10년 우리 정부와 이란 정부가 무역결제 계좌 개설에 합의하면서 금융위는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CBI의 예금인출 문제는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부 뿐 아니라 범정부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CBI의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면 국내 대이란 수출기업 2천700여개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CBI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예금 금리를 0.1%에서 3.0%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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