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매년 주던 정기상여금을 주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임금체불 입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분명 상여금을 지급했다니까요. 노조의 억지입니다"

KEB하나은행 노조가 은행측이 약속한 급여를 주지 않았다며 임금체불로 고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은행은 노조가 돈을 받아 놓고도 시치미를 뗀다며 펄쩍 뛰고 있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KEB하나은행 노조는 지난 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의 위반 혐의로 은행을 고발했다.

노조는 은행측이 옛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에게 10여년간 지급해 왔던 정기상여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외환은행은 매년 5월 가정의 달과 근로자의 날 보로금 명목으로 통상임금의 50%와 20만원을 지급해 왔다.

단체협상대로라면 지난달 28일 상여금이 입금돼야 한다.

KEB하나은행은 이날 통상임금의 100%에 해당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Profit Sharing)을 지급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어쨌든 성과급을 줬다는 얘기다.

은행측은 지난해 12월 노사합의서를 작성하며 복리후생 제도를 옛 하나은행으로 통일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지난달 하나·외환은행 직원 모두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옛 외환은행에 특별보로금이 있다면 하나은행에는 전년도 경영성과에 따라 PS를 지급하는 상여금 제도가 있다.

하지만 노조는 PS의 경우 정기 상여금이 아닌 성과급이기 때문에 기존에 받았던 특별보로금과는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사합의서는 이전 노조 집행부가 합의다고 하지만 현재 통합노조 집행부에서는 확인된 사항이 없다"며 "실적이 좋았던 만큼 직원들에게 성과를 나눠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이전에 받았던 걸 주지 않으면 결국 아무 의미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외환 직원 간 이익 기여도를 일일이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PS는 당연히 받아야할 몫"이라며 "경영진을 포함해 본부장 이상 임원들에게만 연봉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직원들에게는 성과 배분을 미루고 있다"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여금 지급 논란이 두 은행의 직급 및 임금체계 등 인사제도를 통일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있다.

KEB하나은행 노사는 인사·임금·복지제도 통합방안을 올해 3분기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합병 전인 2014년 기준 외환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8천만원이다. 하나은행(7천300만원)보다 700만원 가량 높다. 이후 직무 수당을 올리는 등 격차를 좁히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지만 과거 연봉차이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은행이 통합한지 3년째 접어들었지만 임금, 복지제도는 따로 운영되고 있어 이번 상여금 논란으로 고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라며 "이번 성과급 지급 문제도 향후 임금 단일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기싸움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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