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치열한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글로벌 무대에서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로 해외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 실패와 일본 도쿄지점 부실 사태 등 '글로벌 트라우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해외 점포에서 전년동기대비 31% 증가한 1천15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우리은행은 전년 동기 보다 85% 급증한 948억 원을,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1천485억 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반면 국민은행은 해외점포 순익이 56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나 감소했다.

주요 4대 은행 가운데 해외점포 순익이 줄어든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2천92억 원으로 신한은행을 제치고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거뒀지만, 글로벌사업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가장 뒤처진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저성장 등 위기 극복을 위해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무대는 향후 리딩뱅크 입지를 판가름할 최대 격전지가 될 수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현지화에 기반한 해외시장 진출(Glocalization)을 내세우며 2020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을 2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에만 미얀마 양곤, 캐나타 코퀴들람, 인도 랑가레디·아메다바드 지점 등 해외에 8개 지점을 새로 세우고 올해에만 베트남에 4개 지점 인가를 받았다.

지난 4월에는 호주뉴질랜드은행(ANZ) 베트남법인이 가지고 있던 리테일 부문을 인수, 베트남 최대 외국계 은행으로 몸집을 불리기도 했다. 해외에 나간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해온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인과 기업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달리 국민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10개국·19개로 경쟁 은행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뿐 아니라 최근 1년간 해외 지점을 단 한 곳도 늘리지 못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안에 인도 구르가온·영국 런던·베트남 하노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지만, 현지 당국 승인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불확실하다.

금융권에선 국민은행이 글로벌 사업에서 크게 뒤처진 데에는 BCC 투자 실패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2008년 카자흐스탄 5위 은행인 BCC의 지분 41.9%를 9천541억 원에 사들였지만, 그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고, 결국 지난해 말 투자액 전부를 손실 처리했다.

국민은행의 BCC 투자는 금융권의 대표적인 해외진출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다 2014년 도쿄지점 불법대출로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해외 지점 비리 사고가 잇따른 것도 글로벌 진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여파로 국민은행은 부실 대출 리베이트에 연루됐던 오사카 지점을 작년 5월 폐쇄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과거 거액의 손실을 본 경험으로 해외진출에 신중하게 된 건 사실이지만 BCC 지분매각으로 불확실성을 걷어낸 만큼 앞으로는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며 "KB캐피탈, KB국민카드 등 계열사와 함께 시너지 창출하는 방향으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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